추신수는 한국행을 결정하기 직전, 친구 정근우에게 조언을 구했다. 추신수·하원미 부부가 정근우와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 사진=이영미 기자
“근우야, 너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고생하면서 야구 선수로 성장했고 여기까지 왔다. 나한테는 부모님, 아내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2루수인 정근우의 의견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제안을 받았을 때 네 생각이 많이 났어. 한국 사람인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한국을 위해 한 게 없다. 나로 인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야구에 내 존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도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국행을 고민 중이다.”
추신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정근우는 “그림을 크게 그려 보면 정말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며 반가움을 먼저 나타냈다.
“신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거의 마음을 굳힌 것 같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정말 멋진 이야기다. 내가 은퇴하기 전에 왔더라면, 그래서 우리가 KBO리그에서 함께 뛰었다면 더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우리 나이가 선수 생활만 보고 갈 수는 없다. 시야를 더 넓혀야 하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수가 KBO리그에서 뛰는 건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축하할 일이다. 지금 나이에 리그를 옮기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인데 신수의 용기와 초등학교 동창인 원미의 마음 씀씀이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정근우의 이야기에 미소를 짓는 추신수가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근우야, 나 잘할 수 있을까?”
“한 번 해보자 신수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와.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가 있어. 와서 야구 못하면 그만두면 되는 거지(웃음).”
추신수는 정근우와 통화를 끝내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근우야, 내가 내일 결정하고 나면 바로 전화할게.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오락가락했는데 네 이야기 들으니 확신이 선다. 다시 통화하자.”
다음날 추신수는 에이전트 송재우 씨를 통해 신세계 구단에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올 시즌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다고, 곧 한국으로 가겠다고 말이다.
미국 댈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