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을 대행해 협상을 진행한 손우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과 박종진 공공운수노조 국토교통지부장이 노사 합의한 뒤 합의서를 들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국토교통지부
하천보수원은 2012년 MB 정부의 4대강 사업 때 국가하천을 정비하면서 채용된 국토부 소속 국가공무직이다. 하천보수원은 제방, 체육시설 등 하천시설물이 완성된 뒤 하천시설물 안전점검·유지·보수 업무를 하며 10년째 일하면서도 직무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력서에 경력 한 줄 쓰지 못할뿐더러 관련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무시를 받아온 셈이다.
또한 국토부가 하천보수원의 직무를 인정하지 않는 건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31조에 따르면 국가하천 토목시설물의 점검 또는 관리는 성능평가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 자(기술자)만 할 수 있다. 여기서 기술자는 ‘건설기술진흥법’에서 말하는 ‘건설기술인’이다. 하천보수원은 직무를 인정받지 못해서 건설기술인 자격을 별도로 획득할 수 없었다. 결국 국토부는 10년째 자격 없는 하천보수원에게 국가하천의 안전 점검을 맡긴 셈이다.
국토부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하천보수원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밝힌 바 있다. 국토부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하천보수원이 제방 건설과 유지·점검 업무에 참여했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하천보수원의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다. 제방 등 하천시설물을 눈으로 보고 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건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공공운수노조 국토교통지부 하천보수원들은 2021년 2월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직무를 인정하지 않는 건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같다”며 “하천보수원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법 위반 소지를 감추기 위해 하천보수원에게 업무를 제한적으로 주다 보니 막을 수 있었던 물난리 피해를 막지 못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단독] 수문 작동 미숙 탓? 지난여름 ‘구례군 물난리’ 기막힌 사연).
결국 국토부는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국토부는 하천보수원 업무의 전문성을 확인하고 직무분야를 토목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하천 관리 담당 부처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될 예정인데, 이때 하천보수원의 고용과 단체협약을 승계토록 부처 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박종진 공공운수노조 국토교통지부장은 “하천보수원의 직무가 인정된 만큼 부실 제방 관리나 수문 조작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작년 같은 불필요한 물난리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