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발원지로 유력하게 꼽히는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는 날짐승과 들짐승이 식용으로 거래된다. 사진=MBC 2580 캡처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WHO 조사팀과 중국 측 패널이 이미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감염 사례 중 일부가 화난수산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들과 연관됐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라고 보도했다.
WHO 조사팀은 우한 현장조사 중 지난 2019년 12월 8일 코로나19 첫 확진자로 알려진 40대 남성을 면담했다. 당시 그의 부모는 “한 지역 재래시장을 방문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 소속인 피터 다작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대표는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남성이 다녀간 시장은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화난수산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을 의미한다”라고 CNN에 밝혔다.
화난수산시장은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코로나19 전파가 처음 이뤄진 발원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0월쯤 화난수산시장 외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난수산시장이 발원지라는 추정은 힘을 잃은 상황. WHO 조사팀의 덴마크 출신 전염병학자 테아 피셔는 “화난수산시장 밖에서 바이러스가 동시에 전파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라면서 “화난수산시장이 코로나19 유행의 진원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우한에는 400여 개의 식품 시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HO 조사팀은 조만간 초기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초기 보고서에는 첫 확진자와 관련한 추가 접촉자 조사를 벌이고 화난수산시장에 야생동물을 납품하는 윈난·광시·광둥성 등지의 농장들을 조사하라는 권고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발원지 중국…초기 역학조사 거의 안 해”
코로나19 발원지를 두고 WHO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은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최초 8개월 동안 발원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WHO의 지난해 8월 10일 보고서를 입수하며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WHO 소속 핕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인수공통전염병 전문가가 지난해 7월 10일부터 8월 3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뒤 작성한 ‘코로나19 기원 연구’ 보고서의 2페이지짜리 축약본이다. 여기에는 2주간의 격리 이후 열흘간 중국 측 관계자와 만나 벌인 조사 경과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팀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2020년 1월 이후 우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조사가 거의 진행된 게 없었다”라며 “중극 측은 파워포인트 발표나 다른 문서 자료도 공유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가디언은 해당 보고서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2000만 명에 달했을 때 작성된 것인데, 중국 기원설을 연구하는 WHO 연구진이 얼마나 방해를 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단계였던 지난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174건의 확진 사례에 관한 세부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조사팀 요청을 거절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사팀 일원인 테아 피셔는 “자료가 없어 심층 분석을 수행하지 못했다”라면서 “(중국 측과) ”때때로 감정이 격해지곤 했다“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