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검찰 수사, 기소 분리 추진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돼 그 방식과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소청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등에 관해 의견 취합을 요청하는 공문을 일선 검찰청에 보냈다.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에 중수청 설치법안, 검찰청법 폐지법안 및 공소청법 제정법안 등 3개 법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대검에 관련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일선 검찰청이 오는 3월 2일까지 모으기로 했다.
앞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갖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소청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2월 8일 검찰은 기소만 하고 수사 전담 기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검찰 내부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겨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까지 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영장 청구와 기소권만 가지는 법안이 처리되면 사실상 검찰 해체라는 것이다.
일부 검사들은 실명으로 이번 법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지난 26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설치 시도를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사기구의 설립 과정에서 범죄 대응 능력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분야 수사에 대한 전문인력들이 검찰을 떠나 새로운 수사기구에 가야 하고, 검찰이 이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수사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수사 조건(검사의 신분보장,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신속하게 압수수색이 가능한 점 등)이 확보돼야 한다”며 “하지만 제 소박한 예측으로서는 위와 같은 여건은 수년 내에는 충족될 수 없을 듯하다. 이런 제 예측이 맞을 경우 수사청의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전국검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글도 올라왔다.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은 지난 27일 내부망에 올린 ‘주요 각국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수사기구 실태를 설명하며 “중대범죄에 있어서는 최대한 유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과 함께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와 공소유지에만 관여하게 하는 법안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제도를 개선함에 있어 외국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외국의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제도의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또는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법조문만 인용하여 그 의미가 왜곡되어 인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도 같은 날 ‘수사와 공소의 분리가 세계적 추세,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수사와 공소의 분리’라는 그 자체로 모순인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법체계를 잘 모르는 일부의 주장으로 여겼다“며 ”그런데 수사와 공소의 분리라는 개념에 더하여, 최근에는 마치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검사가 수사와 분리되어 공소만 제기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까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반발 기류가 확산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은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는 점과 별개로, 국가적 범죄 수사의 위기 측면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개혁에 반대하거나 검찰 조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내용을 조율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 총장은 입장 표명 시기와 수위 등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식은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발표, 검사 대상 강연 등이 거론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