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34세의 교사 르투어노가 13세의 제자 푸알라우와 성관계를 맺어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금지된 사랑’은 드물게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
남학생이라면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여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해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그저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랑의 감정으로 번졌을 때다. 물론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과연 이들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온갖 모욕과 비난을 견디고 끝까지 자신들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아니, 이들은 적어도 정말 사랑하긴 하는 걸까.
지난 90년대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한 여교사와 어린 초등학생의 러브 스토리를 보면 이런 사랑이 실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던 이들의 금지됐던 사랑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은 감동으로 마무리된 흔치 않은 경우였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메리 케이 르투어노 전직 초등학교 교사와 그녀가 담임을 맡았던 반의 6학년 학생이었던 빌리 푸알라우다. 당시 사랑에 빠졌을 때 이들의 나이는 르투어노가 34세, 그리고 푸알라우가 13세였다. 더군다나 르투어노는 남편과 네 자녀가 있는 엄연한 유부녀 선생님이었다.
처음 이들의 사랑이 알려졌을 때 미국인들은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세상에 열 살도 아닌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도 그렇거니와 선생님과 제자라니 이게 무슨 추잡한 경우냐며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난 세상 사람들 앞에서 르투어노와 푸알라우는 당당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깊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6년 시애틀 외곽의 쇼어우드 초등학교에서였다. 당시 르투어노는 평범한 유부녀 선생님이었고, 푸알라우는 여느 사내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제자로서 정을 쌓기 시작한 이들은 이내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며, 결국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고 말았다. 방과 후면 늘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데이트를 즐겼고 학교 체육관, 여학생 화장실, 교실 등을 돌아다니며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이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얼마 안 가 들통이 나고 말았다. 르투어노가 푸알라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데다 둘의 관계를 눈치챈 남편이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르투어노는 결국 아동성추행 및 강간죄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고, 선생님이 제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은 강력할 처벌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르투어노는 재판이 한창이던 1997년 5월 보란 듯이 딸을 출산했다. 그리고 법정에서는 자신이 제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눈물 섞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2급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징역 6개월에 보호관찰 7년, 그리고 제자에게 연락금지 및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녀는 6개월을 복역하고 1998년 1월 출소했지만 한 달 후 다시 체포되고 말았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푸알라우와 다시 만나 자동차 안에서 성관계를 갖던 중 현장에서 발각되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남은 형을 복역하게 된 그녀는 1998년 10월 교도소에서 둘째 딸을 출산하고 7년을 더 교도소에서 보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과 욕설에도 그녀는 늘 꿋꿋했으며, 그렇게 7년을 기다렸다. 푸알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리고 선생님이 출소하는 날만을 조용히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4년 르투어노가 출소하자 푸알라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 아직도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접근금지 명령을 취소해주십시오”라는 것이 내용이었다. 시애틀 재판부는 푸알라우가 20세를 넘은 성인이 된 점을 감안해 접근금지 명령을 취소했고, 이렇게 해서 둘은 당당하게 관계를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2005년 이들은 마침내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결혼식을 올려 법적인 부부가 됐다. 이들은 결혼식 직전 출연한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진실된 사랑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르투어노는 “고통스런 시간들은 지났고, 지금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으며, 푸알라우는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된 것이 부끄럽지 않고, 또 아내와 사랑에 빠진 것도 결코 창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르투어노의 가족들은 그녀가 푸알라우에게 끌린 것은 아마도 전 남편과의 불행했던 결혼생활 탓일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았던 탓에 툭하면 주먹다짐이 오갔고, 서로 바람을 피는 등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전남편으로부터 감정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했던 르투어노가 두세 차례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르투어노는 시애틀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이벤트쇼 진행자로, 그리고 남편인 푸알라우는 DJ로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현재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선이 관대해진 건 사실이지만 이런 관계를 용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성관계승낙연령, 즉 상대에게 성관계를 동의할 수 있는 법적 최소 연령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만 16~18세로 규정되어 있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서로 동의를 했다 해도 어른은 처벌 대상이 된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무조건 범죄행위로 취급되어 사회봉사활동부터 징역까지 다양한 범위의 처벌이 내려진다.
이런 처벌을 내리는 배경은 아무리 합의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강제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즉 선생과 제자라는 상하관계적 지위, 그리고 나이 차이나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힘의 차이 때문에 서로 100% 동의란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2002년 미국대학여성협회(AAUW)가 2064명의 중고등학생(15~18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8%가량이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교직원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증가 추세에 있으며 한 비평가는 선생님들에 의한 성추행 및 성적학대가 성직자들보다 100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자들을 성추행하거나, 반대로 선생님과 관계를 맺는 제자들의 심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먼저 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우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가령 부부간의 불화, 이혼, 직장 스트레스, 재정문제, 질병, 배우자나 자녀의 죽음 등 여러 가지 개인적인 문제들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 등이 그것이다.
또한 어린 제자에게 끌리는 여교사들에 대해서 로비 루드빅 심리치료사는 “아마도 가장 살아있었다고 느끼는 청춘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 갖지 못했던 이런 기분을 늦게라도 가져 보기 위해서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주디 쿠리안스키 정신과의사는 “이런 여성들은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린 소년들보다 그렇게 많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발달이 멈춘 상태로 14세 소년과 성관계를 하면서 머리속으로는 자신도 14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 남자로부터 받아보지 못했던 사랑과 흠모를 어린 소년으로부터 받으면서 에로틱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르투어노는 “푸알라우는 그 어떤 남자들보다 나를 가장 남자답게 점령했다. 어떤 남자도 그처럼 나를 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한편으로는 이런 여성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성적학대나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탓에 생긴 정서적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성인 남자보다 침대에서 서툴고, 감정적으로 세련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아직 남성성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소년들에게 끌리는 이유는 자신들을 부드러운 가해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즉 인생 경험도 더 많고, 섹스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유능한 위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소년들을 부드럽게 대함으로써 보상심리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여성들이 원조교제를 할 때에는 남자들의 경우와 달리 다소 진지한 관계를 요구할 때가 많다. 남자들이 단순히 성적인 쾌락을 위해서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갖는 것과 달리 여자들은 오로지 한 명과 관계를 갖거나 정서적으로 끈끈한 애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많은 경우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반대로 소년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여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단순한 성적 호기심 때문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강간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40대 여성과 관계를 가졌던 한 10대 소년은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나보다 서른 살이 많았기 때문에 죄책감 같은 건 없었다. 여자가 남자를 강간할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오히려 어린 소년들의 경우에는 나이 많은 여자에게 자신이 성적인 매력을 풍겼다는 데 대해 우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어린 소년들에게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람들은 “그런 우쭐함은 잠시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가령 자신의 또래에 맞는 이성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혹은 비정상적으로 포르노에 집착하거나 원나이트스탠드에 심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이나 신경질환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에는 약물 중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학교 교실, 자동차 안, 그리고 라파브의 아파트에서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며, 소년의 어머니가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해서 결국 들통이 나고 말았다. 법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13세 때 강간을 당했던 탓에 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라고 주장했으며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들은 훨씬 더 성에 눈을 뜨고 있다”면서 절대 강간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유죄를 선고 받았으며, 소년의 부모가 사전형량조정(피고가 유죄를 시인하는 대신 형량을 감해주는 일종의 협상)에 찬성함에 따라 징역형은 피하게 됐다. 대신 가택연금 3년 및 집행유예 7년 그리고 성범죄프로그램 참가 명령을 받았다.
눈에 띄는 외모로 그녀는 재판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으며, 당시 변호인이 “라파브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지옥 같은 교도소에 보내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마치 사자가 득실거리는 우리에 생고기를 넣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2008년 14세 제자의 아파트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경찰에 체포됐으며, 당시 소년에게 보낸 “오늘 섹스는 환상이었어”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체포 당시 웃으면서 촬영한 머그샷 사진과 법정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는 거만한 태도로 원성을 샀으며, 결국 징역 10년 및 보호관찰 5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1급 살인죄 및 살인공모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뉴욕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한편 1995년 그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투 다이 포>가 만들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남편은 체포됐으며 살인죄로 기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