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에 실린 구글 무인자동차. 자동차 지붕 위에 광학레이더측정기가 솟아 있고 내부엔 비디오 카메라가 달려 있다. |
지난 9일 구글이 ‘자동 운전 자동차’로 개조해서 도로를 시험 운행하는 데 성공한 차량은 모두 7대였다. 도요타 프리우스 6대와 아우디 TT 1대를 개조해서 샌프란시스코, 타호 호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등을 자동으로 달리는 데 성공한 것. 구글 측은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각각 팀원들이 한 명씩 탑승해 있었다”고 밝혔다.
시험운행 거리는 총 22만6909㎞로 사람이 전혀 조작하지 않은 채 자동으로 달린 거리는 총 1609㎞였으며, 가끔 사람이 시스템을 조작하는 반자동 방식으로는 총 22만 5300㎞를 주행했다. 수동으로 운전한 경우는 단 2회였으며, 보행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진 후에 자전거 한 대가 튀어 나왔을 때, 그리고 앞에 달리던 차량이 정지했다가 다시 후진으로 주차를 할 때였다.
사고는 단 한 건 발생했는데, 이것 역시 구글 측의 실수가 아니라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운전하는 일반 자동차가 신호 정지로 서 있는 구글 자동차를 받은 경미한 사고였다.
구글 자동차가 주행한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급하고 커브가 심하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롬바드 거리와 금문교, 그리고 타호 호수를 끼고 달리는 도로, 빅서의 좁은 고속도로,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등이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이렇게 자동 주행이 가능한 것은 몇 가지 첨단 장비들 덕분이다. 우선 자동차 지붕에 삐죽 솟아 있는 광학레이더측정기(LIDAR)를 이용해서 자동차로부터 반경 61m 이내에 있는 모든 사물을 360도 촬영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보다 안전한 시야가 확보된다. 또한 이렇게 탐지된 주변의 모습은 3차원 지도로 만들어져 저장된다.
자동차 안의 룸미러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신호등 색깔이나 보행자 및 자전거 등의 움직임을 인지하며,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전파거리측정기가 앞범퍼에 3개 그리고 뒤범퍼에 1개씩 설치되어 있어 차간 거리나 물체와의 안전거리를 측정한다.
왼쪽 뒷바퀴에 설치된 위치센서는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서 전자지도 상에서의 위치와 현재 차량의 위치를 정확하게 일치시켜준다. 즉,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로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차량 안에 설치되어 있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서 전자지도에 현재 위치를 표시하며,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입력되어 있는 정보를 통해 제한속도, 횡단보도 위치 등을 파악하게 된다.
이렇게 각종 장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은 모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즉 무인 운전 프로그램으로 전송되며, 자동 운전 시스템은 사람이 운전할 때 내리는 판단과 결정을 그대로 흉내 내서 운전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컴퓨터가 실제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운전 스타일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양보를 많이 하는 조심스런 스타일이라면 ‘천천히’ 주행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다른 차를 추월하는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자동으로 달리다가도 운전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수동 운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방식도 매우 간단하다. 가령 오른손 가까이에 있는 빨간색 버튼을 누르거나 아니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거나, 혹은 핸들을 살짝 돌리기만 하면 된다. 빨간불에서 갑자기 자전거가 튀어 나오거나 앞차가 급정거를 하는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자동 운전 자동차가 도입될 경우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운전이 안전해지고, 또 에너지도 절약된다”고 말한다. 로봇 운전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보다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이 매우 낮고, 또 운전을 하면서 한눈을 팔거나 졸음운전을 할 염려도 없는 데다 음주 및 약물 운전 확률도 제로가 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늘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기 때문에 추돌 사고의 위험도 적고, 제한속도를 지키기 때문에 주행 안전은 물론, 속도위반 벌금을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아지면 자연히 자동차 제조업체도 보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서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또 이로 인해서 자연히 연비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 수는 약 120만 명이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가 운행될 경우에는 사망자 수가 절반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차량 간의 거리가 최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도로의 효율성도 두 배가량 높아지고, 이로 인해 차가 밀리는 일도 거의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출퇴근 때마다 자동차 안에서 낭비해야 하는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가령 미국인들의 경우 매일 평균 52분가량을 차 안에서 소비하는데 이 시간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혹은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 관계자는 “이런 모든 편리성을 통해 운전 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고, 또 이로써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이 꿈의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구글은 아직 상용화할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으며, 또 언제가 될지도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 자동차를 개발한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이자 구글 엔지니어인 세바스찬 스런(43)은 “무인 자동차 다음의 목표는 ‘공공 무인 자동차’다”라고 말했다. 즉 무인 자동차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공동으로 타고 다니는 대여용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 언제 어디서건 근처에 있는 자동차를 호출해서 타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즉 자동차가 소유의 개념에서 잠시 빌려서 타고 다니는 대여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