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이프릴의 전 멤버 이현주에 대한 왕따, 괴롭힘 폭로가 터진 가운데 소속사 DSP미디어와 이현주 측 간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DSP미디어 제공
3월 1일 새벽에는 이현주의 친구라고 밝힌 세 번째 네티즌이 “처음 현주를 싫어하고 괴롭혔던 건 에이프릴 전 멤버 전소민이다. 또 현주가 할머니한테 받은 텀블러를 숙소에 뒀는데 나은이 말도 없이 텀블러 안에 청국장을 넣어놨으며 사과도 없이 몇 개월을 방치했으며 운동화를 훔치기도 했다”며 “예나, 진솔 등은 사과 없이 (현주를) 비꼬면서 놀렸고, 발을 걸고 밟으며 괴롭혔다. 현주에게 꼽(무안)을 주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당초 이현주는 2015년 에이프릴 데뷔 후 이듬해인 2016년 5월부터 건강 악화로 활동을 중단했고, 같은 해 10월 결국 팀을 탈퇴했다. 그런데 탈퇴 과정에서 연기를 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1년 만인 2017년 10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 출연하면서 팬들에게 극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첫 폭로자인 이현주의 동생은 “괴롭힘으로 팀에서 탈퇴한 누나에게 회사는 연기를 하기 위해 나간다는 이야기의 편지 내용을 보냈고 그대로 적으라고 했다. 그래서 누나는 그대로 적었다”라며 “그때 저희 가족들은 모두 누나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나 그 편지를 쓰고 누나는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팀을 배신해 나간 사람이 돼 너무도 듣기 힘든 악플들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커지자 DSP미디어는 지난 1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현주는 데뷔 확정 이후 본인의 체력적, 정신적 문제로 인해 팀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당시는 이현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유발된 갈등들로 다른 멤버들 또한 유무형의 피해를 겪어왔다. 당시 정황이나 상황 판단으로는 어느 누구를 가해자나 피해자로 나눌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이현주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음을 에둘러 밝혔다.
이현주 측은 팀내 극심한 왕따와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었다고 주장했으며 DSP미디어 측은 이현주로 인한 갈등으로 멤버들 역시 피해를 봤다고 맞섰다. 사진=DSP미디어 제공
그러면서 “너무 단면적인 내용들만 올라와서 팩트를 아셔야 될 것 같다. 누가 주동자며 방관자 없이 다 가해자라는 얘기 그만해라”라며 “그래도 애들은 그룹 지키려고 진짜 애썼다 현주야… 너는 너만을 빛내주길 원했지만 애들은 그룹과 팬들이 우선이었어… 어렸던지라 티를 안 낼 수 없는 서로였겠지만, 귀 막고 입 닫고 있는데 왕따라니. 괴롭힘? 단순히 물타기로 상처받는 일은 그만합시다”라고 호소했다.
에이프릴의 현 멤버 양예나의 친언니도 가세했다. 네이트판에 글을 올린 그는 “그룹 내 왕따와 괴롭힘은 없었다. 당시 멤버들은 그 친구(이현주)의 투정을 모두 받아줄 수 없던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었을 뿐”이라며 “모두가 병원을 다니고 재활 치료를 하고 약을 먹으며 백스테이지의 시간을 뜬 눈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 친구가 몸이 좋지 않다며 점점 안무 연습을 빠지고 숙소에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늘어나자 멤버들은 자주 불안해 했다. 결국 컴백 음악방송을 이어가던 중 그 친구는 일을 하기 싫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고 방송 펑크가 2번 났으며 남은 멤버들이 급하게 새벽까지 동선을 맞추며 고강도의 스케줄을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이현주의 책임감 부재로 인해 활동에 계속해서 차질을 빚고 있었고, 이 탓에 서로 간에 갈등이 있었을 뿐 이현주 측이 주장하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만큼의 괴롭힘이나 왕따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이현주 측과 DSP미디어, 에이프릴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이슈에서는 특히 DSP미디어 측에서 전폭적으로 에이프릴을 지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속사 자체 뿐 아니라 같은 소속사의 선배그룹 에이젝스, 소속사 직원,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까지 입을 모아 “이현주로 인해 그룹 활동에 피해를 입는 날이 많았다” “연습과 스케줄에 자주 빠졌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과 갈등을 빚었다” 등 이현주의 불성실했던 태도를 꼬집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슈를 접한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현주가 사실상 그룹내 왕따가 아니라 ‘사내 왕따’를 당한 게 아니냐” “몸이 안 좋았던 멤버를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 활동시킨 회사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스케줄을 따라가지 못한 멤버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욱이 이현주는 현재도 DSP미디어 소속 연기자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폭로 이후의 행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연예계에서 소속사를 상대로 한 폭로는 계약 해지 전후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현주는 올 한 해 동안만 해도 DSP미디어 소속으로 작품 활동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본인도 아니고 동생을 통한 폭로가 나온 것.
이에 대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소속사로써는 이슈 무마를 위해 이현주와 원만하게 합의를 보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계약 해지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최근 연예인 학폭 이슈 때문에 대중들이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긴데 이런 상황에서 이현주와 원만히 합의했다거나 오해로 인한 일이었다고 이슈를 봉합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믿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