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이종현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단일화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연 기호 4번 국민의당을 가지고서 선거에 이기겠다는 확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은 안 대표 지지율이 더 높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은 진짜 지지율이 아니”라면서 “안 대표가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냉정하게 여론조사 구성 요인을 분석해보면 (진짜 지지율이 아니라고)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일반 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을 정권 견제나 심판 역할의 의미로 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중심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제3지대에서 나타난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안 대표가 제3지대 경선에서 승리한 이튿날 나온 김 위원장 강경반응에 정치권에선 ‘김종인 비대위가 배수진을 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 소속 서울시장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궐 선거에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김종인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강경 발언을 통해 야권 단일화에서 필승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설사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경선을 이기더라도 완전한 단일화의 전제는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뜻도 김 위원장 발언에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임기는 정확히 4월 재보궐까지”라면서 “결국 재보궐 결과에 따라 ‘구원투수’ 김종인의 성적표가 엇갈릴 텐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에서 승리한다면 시험도 못쳐보고 낙제를 받은 격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김종인호’의 운명이 그 며칠 사이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