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달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에서 사전에 100억 원대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LH와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광명시흥 개발구상안. 사진=국토교통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광명, 시흥 지역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명·시흥지구는 지난 2월 24일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된 지역이다. 광명시 광명동·옥길동과 시흥시 과림동 등 일대에 7만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3기 신도시 최대 규모로, 선정 전후로 이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월 2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시흥은 앞선 1주 사이 0.64%, 광명은 0.43%가 각각 올랐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도 전체 평균 상승률(0.42%)을 넘어섰다. 특히 시흥은 이전까지 주간 변동률이 0.13~0.18%로 경기도 전체 평균(0.32~0.3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참여연대·민변은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의 토지대장 등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2020년 6월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 2만 3028㎡를 100억 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매입자금 중 약 58억 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추정되며, 특정 금융기관에 대출이 몰려 있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농지(전답)로, 개발이 시작되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단체는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다.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 갖게 하는 등 대토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단순 투자보다는 사전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참여연대·민변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이 같은 의혹이 드러난 만큼 국토교통부·LH가 연루된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국토부와 LH는 광명시흥 신도시 관련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는 수사의뢰 또는 고소, 고발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는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