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vs 서울 - ‘이슈’에 묻힌 디펜딩 챔피언의 개막전 승리
2월 2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는 공식적인 K리그1의 개막전이었다. 팬들이 다양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K리그는 킥오프 시간을 최대한 분배한다. 이에 전북과 서울의 만남은 K리그1 1라운드 경기 중 가장 먼저 단독으로 치러졌다.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양 팀 모두 새로운 사령탑이 갖는 첫 공식경기였다. 전북은 김상식 감독, 서울은 박진섭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2월 27일, 하나원큐 K리그1 2021이 막을 올렸다. 사진은 개막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맡은 김 감독은 수성, 박 감독은 지난해 부진한 서울을 부활시켜야하는 임무를 맡았다. 양 감독은 선수시절 성남 일화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승을 합작했던 인연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전북이 상대 자책골과 바로우의 골로 2-0 승리를 거둔 경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쏠렸다. 최근 학교폭력 관련 폭로가 이어진 기성용이 나서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기성용은 경기장에서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기성용은 경기를 마치고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나는 이미 성폭행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뒤에 숨고 싶지는 않다”면서 “절대로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 사과할 게 없고 미안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수가 기성용에게 시선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개막전에서의 첫 골도,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첫 승리, 김상식 감독의 데뷔 첫 승리도 빛이 바랬다.
#대구 vs 수원 FC - 7번 수비수 김진혁의 ‘원맨쇼’
이번 시즌 대구 FC를 관통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김진혁 활용법이다. 2019시즌 백업 공격수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4월 한 달간 4경기에서 4골을 몰아쳐 ‘이달의 선수’에 선정된 전력이 있다. 이후 상무에 입대, 본업인 중앙 수비수로 돌아간 그는 이번 시즌 역시 수비수로 중용될 것이 유력했다. 다만 주장을 맡으며 등번호 7번을 달아 공격수로 활용될 여지도 남겨뒀다. 이병근 감독은 수비수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감독의 예고대로 김진혁은 개막전 수원 FC를 상대로 수비 위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재우, 정태욱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군복무 이후 첫 복귀전, 수비수 김진혁은 실수를 범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파울을 저지르며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김진혁의 실책이 나온 대구는 0-1로 리드를 내줬다.
후반에도 0-1 상황은 지속됐고 대구는 골이 간절했다.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가 교체 투입됐지만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결국 수비수 김진혁은 공격 진영으로 전진 배치됐다. 주전 공격수 에드가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새로 영입된 공격수 박기동 또한 벤치에 없었다.
결국 전진 배치된 김진혁은 골로 보답했다. 후반 31분 황순민의 패스를 받아 곧장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롱패스를 부드럽게 잡아두는 동작은 그 어떤 공격수보다 ‘공격수스러운’ 장면이었다. 팀의 실점과 득점에 모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진혁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지난 시즌 함께하던 다수의 동료들이 떠난 가운데 포항을 지킨 송민규(사진)와 강상우는 이번 시즌 팀을 이끄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vs 인천 - 포항을 지키는 두 남자
지난 시즌 포항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K리그1 양강 전북과 울산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3위 감독으로선 최초로 김기동 감독이 연말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우려가 뒤따랐다. 큰 성과의 뒤로 전력 유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최영준, 김광석 등이 팀을 떠났다. 공격·미드필드·수비 핵심이 모두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 시즌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만든 골만 33골이었다. 팀 전체 득점 56골 중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주전의 상당수가 새얼굴로 바뀌는 와중에도 포항은 강상우와 송민규만은 지켰다. 김기동 감독도 이들을 붙잡는데 공을 들였다. 강상우는 지난 시즌 도움왕, 송민규는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자원들이다.
이들은 2021시즌 개막전부터 팀의 믿음에 보답했다. 전반전 인천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포항은 둘의 활약에 힘입어 역전승을 일궈냈다. 1-1 동점 상황, 강상우의 슈팅이 인천 골키퍼 이태희의 선방에 맞고 흐르자 송민규가 쇄도하며 골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골장면 이외에도 부지런히 인천의 측면을 괴롭혔다. 전후반이 달랐던 김기동 감독의 강상우 활용법도 빛났다.
수원 삼성은 개막전 승리로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vs 광주 - 챔피언스리그 8강 분위기 그대로
지난 시즌 전반기 부진했던 수원 삼성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박건하 감독이 부임한 이후 팀의 색깔이 달라졌고 승점을 따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절정은 K리그 종료 이후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강팀들을 상대로 연이어 승점을 따냈고 8강에 진출하며 기세를 올렸다. 8강에서는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도전은 8강에서 멈췄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한 경기력이었다.
약 3개월이 흐른 2021시즌 K리그1 개막전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챔피언스리그 당시와 흡사한 전술, 흡사한 선발 라인업 그대로였다. 경기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돈된 선수간 간격,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상대팀 광주 FC는 좀처럼 슈팅조차 시도하기 힘들었다.
결정력이 아쉬운 부분 역시 지난해 연말과 마찬가지였다. 수원은 수없이 상대 골문을 두드리면서도 결실을 얻지는 못했다. 공격수 김건희의 골은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이 돼서야 골망을 흔들 수 있었다. 이 같은 결정력을 해결할 마지막 퍼즐로 지목받는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는 벤치를 지키며 수원 데뷔전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K리그 새내기 사령탑이자 최고령 감독인 홍명보 감독은 리그 데뷔전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vs 강원 - 데뷔전서 의구심 걷어낸 홍명보 감독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홍명보 감독은 이번 시즌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았다. 3년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직을 지낸 이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8여 년간의 지도자 생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지만 K리그 감독은 처음이다. K리그에서만큼은 새내기 감독이지만 만 52세가 된 그는 K리그1 무대 최고령 감독이라는 독특한 타이틀도 얻었다.
K리그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그에게는 다소 의구심이 있었다.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를 거치며 성과를 냈던 그는 A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봤다. 이후 중국 항저우 그린타운에서도 또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울산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나섰던 클럽월드컵 무대에서도 2패만을 안은 채 돌아왔다.
하지만 K리그 개막 무대에서는 5-0 완승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일부 걷어냈다. 고려대 후배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 FC를 상대로 다득점 승리를 이끌어냈다. 양 측면 공격수 김인성(2골)과 이동준(1골)이 맹활약을 펼쳤다. 2002년생 신인 강윤구를 선발로 낸 가운데 이동경, 이청용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교체로 고루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의 첫 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신장 203㎝의 장신 공격수 뮬리치는 홈관중 탄성을 자아낸 ‘씬스틸러’ 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 vs 제주 - 0-0 경기 ‘씬스틸러’ 뮬리치
2021시즌 K리그1 1라운드의 마지막 매치업은 성남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제주 사령탑 남기일 감독의 직전 소속팀이 성남이었기에 눈길을 끈 매치업이었다. 경기 결과는 1라운드 6경기 중 유일한 무득점 무승부였다.
소득 없는 공방전을 펼치던 경기에서 시선을 끈 주인공은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장신 공격수 뮬리치였다. 세르비아 출신으로 독일, 이스라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무대 등을 거친 그는 203㎝라는 축구장에서 보기 드문 신장을 자랑한다. K리그 역대 최장신 선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종전 기록은 2012년 광주, 2013년 수원 FC에서 활약했던 보그단 밀리치의 202㎝였다. 대한민국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198㎝다.
전반 31분 홍시후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뮬리치는 단숨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압도적인 신장과 더불어 ‘파르라니’ 깎은 헤어스타일 역시 인상적이었다.
플레이에서도 개성이 드러났다. 공중볼을 별다른 도움닫기 없이도 머리에 맞추며 남다른 신장을 자랑했다. 피지컬적 장점 외에도 프리킥 슈팅이나 터닝 슈팅을 선보이며 기대 이상의 민첩함도 자랑했다. 다만 결정력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후반전 수차례 문전에서 측면 크로스를 머리에 댔지만 공은 골문을 벗어났다. 데뷔골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뮬리치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잡아 끌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