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부산광역시는 통합 LCC 본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의 LCC 국내선 출국장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부산시의 통합 LCC 본사 유치 시도
지난 2월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법 주요 내용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전타당성 조사 간소화 △신공항 건립추진단 구성 등이다. 부산시는 2023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친 후 2024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을 통합 LCC의 거점공항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되는 LCC 중 하나인 에어부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는 2020년 11월 성명을 통해 “통합 논의 중심에는 반드시 에어부산이 있어야 한다”며 “통합 LCC 본사 역시 가덕도신공항 시대에 발맞춰 부산시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성완 부산시장권한대행은 정부가 통합 LCC 계획을 발표한 후 “통합 LCC 본사를 부산시로 유치하는 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봐도 LCC는 경쟁이 치열한 공항보다 새로운 공항에 거점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공항 중 국제선 노선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이 부산이고, 에어부산은 LCC 중 유일하게 독립 사옥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가덕도신공항 노선 분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이 완공되면 김해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모두 가덕도신공항으로 넘어간다. 현재 에어서울은 김해공항에서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지 않고, 진에어는 오사카, 삿포로 등 9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반면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서 20개 이상의 국제선 노선을 가지고 있다.
LCC의 국제선 노선은 아시아와 태평양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최근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소형 항공기가 등장하면서 향후 LCC의 유럽·미주 노선 운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례로 에어버스의 중형 항공기 A321XLR은 최대 870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에어부산의 달라진 위상
통합 LCC 본사 유치를 향한 부산시와 지역사회의 기대는 크지만 그간 에어부산 지원에는 인색했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에 대한 부산 지역사회의 행보를 놓고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는다. 그간 에어부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가덕도신공항 계획이 나오자 에어부산 지원과 통합 LCC 본사 유치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2019년 부산에 본사를 둔 동일홀딩스, 삼한종합건설, 윈스틸, 부산일보 등이 에어부산 지분을 매각했다. 부산 기업은 아니지만 메리츠화재와 넥센도 에어부산 지분 4.0%를 매각했다. 2020년 3월, 부산시는 부산은행에 에어부산 경영자금 지원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지역 여행업계와 에어부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여행박람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자금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행박람회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현실적으로 개최가 어렵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자금을 지원한 적은 없었고, 부산은행이 실질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내용도 없었다”고 전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기업과의 거래 정보와 관련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진행된 에어부산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부산시는 에어부산 지분 4.82%를 가진 2대주주였다. 2013년 지방공기업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가 법인에 출자하기 위해서는 지분율 10%가 넘어야 한다. 부산시가 에어부산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다른 주주와의 협의가 필요했고, 결국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 건의를 통해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고, 노선 확대도 검토 중이며 무착륙 국제선 비행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에어부산에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사회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에어부산 주주들은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 결과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에서 청약률 96%를 달성했다.
부산 시민사회에서도 에어부산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시민단체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2020년 11월부터 에어부산 주식 가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관계자는 “에어부산을 부산시의 것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주식을 보유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한다는 것보다 부산시와 부산 기업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부산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의 태도는 미온적, 본사 유치 변수되나
통합 LCC 본사 위치 선정은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의 의중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형태인 만큼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의 뜻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업 규모로 살펴봐도 2020년 말 기준 에어부산의 자본총액은 885억 원, 부채비율은 1048.63%에 달하지만 진에어의 자본총액은 981억 원, 부채비율은 467.73%로 에어부산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사가 통합하면 가장 규모가 큰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부산 지역사회가 에어부산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울산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통합 LCC 본사 위치에 대해 한진그룹은 원론적인 수준을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20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세 회사를 통합할 시에는 부산시와 인천시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본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시간이 있기에 지역과 새로운 경영진이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서 통합 LCC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역경제 발전 부문을 강조하며 본사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산은은 통합 LCC 계획을 밝힐 당시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Second Hub) 구축 및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고 산은에 건의했지만 통합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후 검토하자는 것이 산은 측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