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3월 2일 김웅 의원을 직접 만나 정인이법에 반대한 이유를 물었다. 김웅 의원은 “욕은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국회의원 직분에 맞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정인이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토론도 논의도 못하게 하는 건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정인이법 반대’를 저격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국회의원 의정 활동에 ‘좌표 찍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인이법’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반대표를 던지면 욕을 먹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우리나 형법 체계를 흔들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엄청 보급돼 국민의 의사를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충분히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회라는 대의제가 유지되고 있다. 대중의 분노나 격정과 조금 떨어져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역할을 하라고 국회가 있는 거다.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사는 짐승이라고 하는데 나는 표를 먹어본 적도 없고, 국회의원 직분에 맞는 판단을 했을 뿐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정인이법이 형법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는데.
“결과가 똑같은데 수단이 다르다고 범죄를 따로 만들어 두지는 않는다. 살인죄는 하나로 둔다. 그게 기본 원칙이다. 그 원칙에 따라 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 사례를 대상으로 별도의 법을 만든다면 예컨대 ‘보이스피싱사기죄’도 만들어야 한다. ‘몸캠사기죄’ 이런 것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결과에 이르는 방식이 다르다고 죄명을 별도로 만드는 건 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이어야 한다.”
―결과적 가중범과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에 기한 기본범죄에 의해 행위자가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 그 형이 가중되는 범죄유형이다. 방화치사죄 같은 죄다. 사람을 죽이려고 불을 지른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는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방화죄보다 중하게 처벌한다.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예견 가능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경우뿐 아니라 고의성이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범죄유형이다. 건조물방화치사죄 같은 죄다. 사람을 죽이려고 불을 지른 건 아니더라도 건물에 불을 지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예견되는 상황에서 불을 질렀기 때문에 사람을 죽일 의도로 건물에 불을 지른 것과 같은 선상에서 처벌을 받는다. 이번엔 사람을 죽일 의도로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하자. 치사가 아니라 살해다. 건조물방화죄와 살해죄로 경합범이 돼야 하지만 행위자는 건조물방화치사죄로 처벌받는다. 건조물방화죄와 살해죄로 각각 처벌받는 것보다 방화치사죄로 처벌받는 게 형량이 무겁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형량을 높여둔 거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면 아동학대치사죄는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이 아니라 결과적 가중범이 된다. 아동학대살해죄의 경우 아동을 학대해서 죽이려고 했다는 증거를 검사가 찾아서 입증해야 한다. 살해의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보면, 아이를 물통에 넣고 10분 동안 문을 안 열어줬다면 살해의 고의가 입증된다. 10분 동안 숨을 못 쉬면 죽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벌을 주겠다고 추운 날씨에 밖엘 내보냈다. 그러다가 보호자가 깜박 잠이 들었다. 아동학대라고 볼 순 있지만 아이가 죽었다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반면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아이가 죽은 결과가 발생하면 원인과 결과를 입증하기 쉽다.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하면 아이가 아동학대로 죽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 앞으로 검사들도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혼란이 올 거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면 비난받을 테고,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
―아동학대 범죄 관련 형량을 높이는 것이 효과가 없다고 보나.
“양형을 무조건 높이는 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법정형(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충분하다. 다만 우리나라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 우리나라는 법정형만 계속 올리는데 적절한 양형기준법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엔 법제화되다시피 한 양형 기준이 있다. 세상엔 항상 범죄자가 존재한다. 경제범, 사기꾼들 말곤 범죄자는 범죄 순간에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내일 술집에 가서 술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을 병으로 내려쳐야겠다고 계획하지 않는다. 순간적인 폭발로 발생한다. 그런 사람들이 형량이 높다고 해서 ‘징역 7년 이상이니까 참아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간에 발생하는 폭력 사건을 엄하게 다루는 폭처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고 해서 야간 폭행 사건이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줄긴 하지만 극히 희박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정인이법 반대를 두고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저격했는데.
“굉장히 놀랐다. 자기 전공이 형사소송법인데 설마 ‘부진정 결과적 가중범’을 몰랐을까. 국회의원 의정 활동에 ‘좌표 찍기’를 하는 거다. 정말 몰랐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한다.”
―‘정인이법’ 반대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적지 않다.
“‘정인이법’에 찬성하는 사람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찬성하는 사람 가운데 왜 자기가 정인이법에 찬성하는지 고민 끝에 말하는 분도 있다.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하는 것이 형법 원칙에 조금 어긋날 순 있으나 ‘아동학대살인미수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실익이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런 주장이라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거다. 이런 식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거다. 토론도 못 해보고 ‘그럼 정인이가 그렇게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라는 식으로 나오면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정인이법을 두고 ‘정인아 이제 마음 편히 가렴, 우리가 널 위해서 이런 걸 만들었어’라고 얘기하지만 다음번 정인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나. 단지 정인이 같은 사건이 나오면 아동학대살해죄로 엄한 처벌을 할 뿐이다.”
“김종인 비대위 99점…망해가던 당 살려내” 김웅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두고 만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신당 창당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두고선 검찰개혁의 탈을 쓴 여권 인사들의 비위 사실을 감추기 위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를 썩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들어오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점수를 주자면 99점을 준다. 다 망해가던 당을 살려낸 건 엄청난 성과”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중심을 잘 잡았다. 당내 계파를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을 다 없애고, 중역(중도)으로 나아갈 길을 잘 닦아 놓은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우리의 힘으로 끌어안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이기면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가 통합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에게 질 경우 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엔 “우리 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후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우리 당에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통합 경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너네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나한테 진 거잖아’라는 식의 태도라면 좋아할 우리 당 지지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을 두곤 “나가봐야 우리공화당같이 될 거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 당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초선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소위 설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온다고 해도 누구 한 명 반장됐다고 우루루 몰려가서 줄 서거나 편 가르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두고선 “수사청을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게 문무일 전 총장과 나다. 검찰에서 특수 수사하는 인원과 사법 경찰을 모아서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만들려고 했다. 수사는 수사청이 하되, 수사지휘는 검찰이 하고, 치안은 경찰이 담당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조국 전 장관이 들어오면서 이걸 뒤집어 버렸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여권 인사의 방탄을 만들었다. 근데 라임 옴티머스랄지, 신라젠이랄지 이규원 사건이랄지 공수처론 검찰의 특수 수사를 막을 수 없으니까 수사청을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말하는 ‘속도조절론’은 재보궐 선거 이후로 생각된다. 그땐 반드시 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