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월 2일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단일화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기호 4번 국민의당을 가지고서 선거에 이기겠다는 확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 심판 의미를 지닌 이번 선거에서 중심을 잡는 건 국민의힘”이라면서 “제3지대에서 나타난 후보로 단일화를 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기호 2번의 어드밴티지를 강조하며 ‘4번 필패론’을 역설한 셈이다.
국민의힘 재보궐 경선을 치르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김 위원장 발언에 동의했다. 3월 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은 “모든 당원, 또 우리 당을 좋아하는 분들이 다 투표장에 열렬히 나가려면 2번을 달지 않은 안 후보는 제약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세가 확실히 차이가 나지 않느냐”면서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는 게 아마 득표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불거지는 ‘4번 필패론’에 응답했다. 안 대표는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기호 1번과 2번의 대결이라면 ‘2번(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서울에서 7연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계속 진 방법보다는 이기는 방법을 찾자고 협의하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안 대표는 “많은 분이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에만 관심있다”면서 “기호가 몇 번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분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최근 10년 동안 서울에서 맥을 못췄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필두로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총 7번에 걸쳐 서울에서 패배를 맛봤다.
안 후보는 제3지대 지지층 결집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려면 ‘비민주 비국민의힘’ 성향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기호 2번보다 4번이 낫다”고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기호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불거지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경선과 별개로 추후 있을 야권 단일화 본경선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라고 봤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경우엔 안 대표를 입당시키면서 ‘후보 못내는 제1야당’ 리스크를 없애려는 상황이며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개인의 파급력을 최대화하려 ‘4번도 이길 수 있다’는 근거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