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18년 4월~2020년 6월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10필지를 100억 원 정도에 매입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이날 오후 2시쯤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은 지난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접수됐으나 논란이 된 개발 예정지 관할인 이곳으로 이날 이첩됐다”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일 투기 목적으로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LH 직원과 이들의 가족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토지대장 등을 살펴본 결과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LH 직원 14명과 배우자 등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의 총 10개 필지를 구입했다. 매입 가격은 100억 원가량이며 금융기관 대출액만 58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의혹이 제기된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농지다. 즉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다.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지난 2일 “마치 LH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의뢰나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LH관계자는 “감사원 등 관계기관 조사가 이뤄지면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해당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했다면 재산(땅) 몰수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부패방지법 86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할시 징역 벌금과 별개로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당할 수 있다. LH도 공공기관이기에 해당 직원들은 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공무원들이 투기에 연관돼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실제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 법조계 관계자는 “LH직원들이 땅 투기를 했다는 것이 법적인 처벌로 갈지는 내부 정보 이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