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지 못해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DSPD)’을 의심해봐야 한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란 원하는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수면위상(수면최적시간)이 자꾸 뒤로 밀리는 증상을 말한다. 예컨대 밤 11시에 취침해 아침 7시에 기상하는 사람이 새벽 3시에 자서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니 아침에 깨기가 어렵고, 출근 시간도 늦어지기 일쑤. 또 제대로 자지 못한 만큼 낮에는 졸음이 쏟아지는 등 일상에 지장을 초래한다. 환자는 10~30대가 많으며, 대부분 늦은 시간대에 자는 것이 자연스러운 ‘올빼미형’이다.
도쿄에 거주하는 야마다 씨(33)도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늦잠과 지각이 잦아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늘 ‘게으르다’는 핀잔을 받았다”고 한다. 취업 후에도 늦잠 버릇은 고쳐지지 않아 결국 휴직을 해야만 했다. 도저히 자신의 의지로는 수면시간을 바꿀 수가 없었다.
야마다 씨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수면 전문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검사 결과, 이름도 생소한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는 아침햇살을 의식적으로 쬐고, 수면호르몬 조절제 등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시무라 아키요시는 “단순히 밤에 늦게 자서 생긴 습관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자기 의지대로 수면시간을 앞당기지 못한다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도 정해진 시각에 기상할 수 없고, 어떻게든 무리해서 일찍 일어나면 두통이나 두중감(머리가 무거운 증상), 식욕부진,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 신체부진이 나타나 곤혹스럽다.
시무라 의사는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생체시계가 흐트러져 관련 증후군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후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었다”는 보고가 많다.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같은 스트레스도 수면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우먼웰니스연구회가 20~50대 남녀 9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수면패턴’에 관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63%의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수면의 질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원인을 묻자 응답자 중 약 40%가 ‘전보다 취침시간이 늦어진 것’을 꼽았다. “재택근무 등으로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밤늦게 잠드는 일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잠이 안 와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수면전문가 구리야마 겐이치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장 난 생체시계를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다름 아니라 “햇볕 쬐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아침햇살을 받으면 밤에 거의 같은 시간대에 졸음을 느끼게 된다. 반면, 외출 자제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증가할 경우 늦은 밤에도 말똥말똥 잠이 오질 않는다. 덧붙여 운동부족으로 혈액순환이 나빠지는 것도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구리야마 교수는 “기상 후 2시간 이내, 늦어도 오전 중에 합계 30분 정도 야외에서 햇볕을 쬐라”고 조언했다. 어쩔 수 없이 실내에 있을 때는 창가에서 햇볕을 쬐는 것도 괜찮다. 아울러 밤에는 강한 빛을 피하고, 잠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컴퓨터나 스마트폰, 텔레비전의 밝은 화면은 뇌가 햇빛으로 착각해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적어도 잠들기 2시간 전에는 기기 사용을 삼가도록 한다. 그 대신, 체온을 따뜻하게 올리는 목욕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햇빛 쬐는 시간을 늘리는 등 고장 난 생체시계를 리셋하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도 긴장이 쌓여 잠이 안 오는 원인이 된다. 구리야마 교수는 “근무시간 외에도 거래처나 상사의 메일에 답장하는 직장인이 많은데, 사실 수면에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빨리 잠드는 방법으로는 근육이완이 효과적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먼저 심호흡을 하고, 신체 각 부위에 힘을 줬다가 천천히 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힘을 줬다가 풀면 긴장이 함께 풀려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구리야마 교수는 “만약 이런 방법들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라”고 덧붙였다. “치료법으로는 적절한 시간 빛을 쬐는 ‘광치료’와 멜라토닌 제제 투여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불면증과 비슷한 듯 다르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질환이다. 그래서 ‘불면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점은 불면증과 같지만, ‘수면시간대가 지연될 뿐 수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불면증과 달리, 한번 잠들면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 참고로 수면제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복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은 우울증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 우울증과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엄연히 다르다. 다만, 우울증과 동시에 발병할 수도 있으니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전 세계 인구의 약 6%가 앓고 있다”고 알려진다.
한편, 수면위상이 빨라지는 것도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가령 오후 7~8시부터 졸리기 시작해 이른 저녁 잠들며, 새벽 3~5시에 깬다. 이를 ‘수면위상전진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고령자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노화가 진행될수록 수면호르몬 양이 감소해 잠드는 시간이 앞당겨지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 개선 포인트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기상 후 2시간 이내 30분 정도 햇볕을 쬔다. •잠들기 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삼간다. •밤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아로마오일로 긴장을 푼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는 가급적 피한다. •따뜻한 타월로 눈 주위를 온찜질한다.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밤에는 카페인을 멀리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