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함금융지주가 3일 배당성향을 22.7%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이 권고한 20%를 다소 넘어선 수준이다.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은 3일 전날 이사회에서 2020년도 기말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주 배당 총액은 7738억 원, 배당수익률은 4.5%다. 당기순이익 중 주주 배당금 배당성향은 22.7%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1월 의결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에서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도록 했다. 금융위는 L자형 장기침체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은행은 배당성향을 20% 미만으로 하고, 통과한 곳도 자율적으로 하되 “신중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달 주당 배당금을 16∼20% 깎고 배당성향을 당국의 권고대로 20%로 결정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배당성향을 20%에 맞췄다. 씨티은행은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금융당국 권고를 수용했다.
신한금융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씨티은행과 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조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여력을 갖췄고 충당금 규모도 넉넉히 쌓여 있어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은 배당성향과 함께 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함께 결정했다. 금융위 권고를 넘긴 배당으로 인해 부족해질 수 있는 자본은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으로 채우겠다는 의미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BIS)비율 계산시 기본자본으로 잡혀 금융지주들의 주요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통한다.
금융권에선 다른 금융지주와 주주 구성이 다른 점도 이번 배당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신한금융은 일본 재일교포들이 대주주로 구성돼 있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등 외국계 투자자들도 합류했다. 이들이 배당을 적극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도 신한금융의 배당규모가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넘는 21~2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주주를 만족시키고 금융당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배당을 결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 4146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19년 배당성향(25%)과 비교해 2.3%포인트 낮췄고, 대신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권고한 배당성향인 20%를 넘겼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결정이 다른 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 맞춰 배당성향을 결정한다. NH농협금융의 2019년 배당성향은 28.1%였다. 금융당국 권고에 맞추면 배당금이 약 1500억 원 줄어든다. 우리금융지주의 2019년 배당성향도 27%였다. 다만 순이익이 전년보다 30.2% 줄어든 1조 3073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이 변수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