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시청률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슈퍼스타 K2> 마지막 무대에서 허각이 존 박을 꺾고 우승했다. 극적인 반전으로 ‘마지막 1인’에 오른 스토리뿐 아니라 가슴 아픈 인생사까지 화제가 되면서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지난 22일 밤 11시부터 Mnet과 KM을 통해 생중계된 <슈퍼스타K 2> 마지막 무대의 두 방송사 합산 시청률은 무려 19.379%(TNmS 집계)에 이르렀다. 공중파 방송까지 합산해 동시간대 1위는 물론이고 주간 시청률 순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 정도다. 케이블 방송사, 아니 한국 방송사를 새로 쓴 <슈퍼스타K 2>의 주인공은 허각이 됐다. TOP2가 겨룬 마지막 방송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 존 박을 큰 점수 차로 이기며 1위에 오른 것. 2억 원의 상금과 고급 차량, 거기에 초호화 음반 발매 기회 등을 받은 허각은 이제 연예계는 물론 한국 사회가 주목하는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반전의 반전
“여기서 이제 나올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줄 그런 역할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예심 과정인 <슈퍼스타K 2> 슈퍼위크 방송 당시 허각이 방송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본인은 물론 심사위원과 제작진, 심지어 시청자들도 예상치 못한 허각이 134만 명 가운데 1명의 자리에 우뚝 섰다.
스스로를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방송 무대에 나설 자격이 주어지는 TOP11에 선발됐을 당시 인터뷰에서 “뽑힐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뽑힌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허각은 “11명 가운데 내 순위는 6~7위정도”라고 말했었다. 당시 그에게 <슈퍼스타K 2>의 주인공이 될 요건을 물었더니 허각은 “좋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모습을 시청자 또는 대중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그 요건을 충족시켜가며 결국 주인공이 됐다.
첫 생방송이었던 TOP11 무대. 사전 인터넷 투표에서 3위에 오른 허각은 심사위원 점수에서도 4위에 오르며 본인 예상(6~7위)을 뛰어 넘는 선전을 펼쳤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대세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심사위원 점수에서 모두 1, 2위에 오른 장재인과 김지수였지만 실제론 장재인의 독무대로 굳어져가는 분위기였다.
반전은 TOP8이 겨룬 ‘레전드 미션 이문세’ 편에서 시작됐다. ‘조조할인’을 불러 이문세로부터 “나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것 같다”는 극찬을 받으며 심사위원 점수 1위로 슈퍼세이브에 등극한 것. 그렇지만 존 박 역시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심사위원 윤종신으로부터 “장재인 양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평을 들으며 장재인-존 박 양강 구도가 형성시킨 것. 그리고 결국 TOP6가 대결한 ‘마이클잭슨 미션’에서 심사위원 점수 1위를 존 박에게 내주게 된다. 심지어 TOP4가 맞붙은 ‘심사위원 명곡 미션’에선 심사위원 점수에서 최저점을 기록, 장재인-존 박의 양강 구도가 더욱 굳어지고 말았다.
반전의 시작은 TOP3 ‘대국민 미션’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사전 온라인 점수에서 존 박이 처음으로 장재인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허각은 꼴찌였다. 그렇지만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불러 당당히 심사위원 점수 1등의 자리를 되찾았다. 뿐만 아니라 대국민 문자투표에서도 1위에 오르며 완벽한 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TOP2의 결선 무대에선 사전 온라인 투표, 심사위원 점수,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당당히 <슈퍼스타K 2>의 주인공이 됐다.
@가슴 아픈 지난 날
생방송 무대에서 허각이 가장 저조한 점수를 받은 것은 TOP11이 겨룬 첫무대였다. 그런데 그 까닭은 허각이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사연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 몰랐는데 추석 때 저희 형이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더라고요, 한 2~3년 못 뵈었거든요. 가고 싶다는 생각에 흔들렸었어요. 그런 스트레스가 쌓여 몸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평생 못 뵙는 건 아니니까 지금 조금만 참자고 생각했죠.”
<슈퍼스타K 2> 방송을 통해 이미 허각의 어려운 가정사는 잘 알려져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수가 되겠다며 중학교를 중퇴한 허각은 낮에는 건물 천장에 환풍기를 설치하는 일을 하고 저녁엔 쇼핑몰 백화점 공연 등을 다니는 행사 가수로 활동해왔다. 정식 가수 데뷔를 꿈꿨지만 연예기획사를 통해 데뷔하는 것은 요원했다. 그의 외모만 보고 노래조차 들어보지 않는 연예기획사가 수두룩했을 정도다.
게다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부모가 이혼해 허각은 세 살 때 어머니와 헤어져야 했다. 그 이후 허각의 쌍둥이 형제를 아버지가 홀로 키운 것. 스무 살 때인 지난 2004년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어머니를 힘겹게 만났지만 어머니는 재혼해 새로운 가족이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새로운 가족은 허각 형제의 존재를 몰라 자주 연락하고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2~3년 동안 만나지 못한 어머니와의 만남을 <슈퍼스타K 2> 출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허각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참고로 TOP11에 선정된 열한 명의 참가자는 탈락할 때까지 외부와 단절된 채 숙소 생활을 했던 터라 허각 역시 외출이 불가능했다.
결선 무대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허각은 상금 2억 원을 어떻게 쓸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저 아버지, 형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수상 소감에서도 가장 먼저 “나를 낳아준 아버지 고맙고, 하나밖에 없는 형과 끝까지 기다려준 여자친구도 고맙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뷰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해 물었을 땐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보고 싶다”며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가슴 아픈 지난날을 보냈지만 “절대로 중퇴 학력이 가수 활동에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일을 향한 희망찬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게 허각이기도 하다.
@인간미 넘치는 현재
<스포츠조선>에서 실시한 가요계 파워맨 10인 긴급 설문조사에서 김시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실력은 있으나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데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제작 의도에 따라 허각 우승 예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단순히 가슴 아픈 지난날을 극복한 감동만으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 김지수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 가운데에도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허각은 여기에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TOP11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 초대 방장을 지낸 그는 경쟁자인 다른 열 명의 출연자들의 형과 오빠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많은 나이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며 “동생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한다.
특히 TOP2에 함께 오른 존 박과의 우정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슈퍼위크 당시 조별 미션, 라이벌 미션 등을 함께하며 서로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심지어 미군 공연 미션에서 1등을 해 제작진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자 허각은 존 박이 미국에 있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제작진에 부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존 박의 어머니가 한국으로 와 결선 무대까지 함께했다.
존박과의 끈끈한 우정에 대해 “설정이나 이미지를 위해 그런 모습을 보이건 절대 아니다”라며 “노래로 인해 가까워졌고 미션을 통해 서로 정말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첫 생방송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결선에서 존박과 맞붙게 될 경우를 물었을 땐 “존 박과 결선에서 맞붙는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이라며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즐기며 경쟁하고 싶다. 승패를 떠나 서로 노래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고 허각은 자신이 말한 그대로 노래를 즐기며 결선 무대에 섰다.
@장밋빛 앞날
이제 허각에겐 장밋빛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원하던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뤘고 <슈퍼스타K 2>의 폭발적인 인기는 고스란히 허각의 것이 됐다. 가수가 되고자 하는 까닭을 “형식적인 얘기지만 좋은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노래로 감동을 주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던 허각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연예관계자들은 허각이 뛰어난 가창력뿐 아니라 출중한 예능감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능엔터테이너로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 이런 까닭에 심사위원 이승철이 “예능프로그램보다는 콘서트에 집중하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는 얘길 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연예계 호사가들은 그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의 새 멤버가 될 가능성도 언급한다. <슈퍼스타K 2> 방영 내내 돋보이는 예능감을 선보인 터라 예능계에서도 욕심을 낼 것이라는 것. <해피선데이>의 또 다른 인기코너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에 <슈퍼스타K 1>에서 1등을 차지한 서인국이 출연한 만큼 허각의 ‘1박 2일’ 출연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달리 허각의 공중파 3사 출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이 ‘Mnet 가수’라는 꼬리표로 인해 공중파에선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허각의 인기가 변수이긴 하지만 공중파 3사 예능국이 다소 소극적이기 때문에 당장에 공중파 출연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건은 그가 데뷔 앨범을 통해 얼마나 좋은 노래를 들고 대중들과 다시 만나느냐에 있다. 또 한 번 대중을 감동시키는 노래를 들고 큰 인기를 얻는다면 공중파 출연 역시 요원한 일은 아니다. 허각은 자신의 장점을 “절대 어울리지 않는 얼굴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대중은 분명 그 이상을 봤고, 결국 TOP이 됐다. 진솔한 삶을 기반으로 한 그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동, 대중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겨울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기자
‘곱등이 신화’ 강승윤도 반전의 연속
134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뽑힌 열한 명인 TOP11은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췄다. 따라서 탈락자들은 하나같이 아쉬움을 불러 모았다. 그 중에서도 유달리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 Mnet 화면 캡처 |
슈퍼위크 최종 면접에서 아슬아슬하게 합격해 TOP11이 된 강승윤은 매번 최하위권 심사위원 점수를 받았지만 온라인과 문자 투표를 통해 겨우겨우 TOP4에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특혜설, 결과 조작설, 심지어 팬클럽 편법 투표 논란까지 야기됐는데, 본인 역시 “주위에서 ‘곱등이(바퀴벌레보다 생명력이 뛰어난 벌레로 심사위원 윤종신은 불사조의 의미라고 해석했다)’라는 얘길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TOP4 무대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심사위원 점수 2위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로 탈락한 것. 심사위원 점수에서 1등인 존박과 단 2점 차이에 불과해 만약 윤종신이 조금만 더 후하게 점수를 줬다면 1위도 가능했다. 강승윤이 윤종신의 노래 ‘본능적으로’를 부른 탓에 윤종신이 약간 점수를 짜게 준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논란 김그림
슈퍼위크 방송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안티 팬까지 양산한 김그림은 첫 생방송인 TOP11 무대에 앞서 진행된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심사위원 점수 역시 불합격 권인 9위지만 8위 앤드류 넬슨과 단 1점, 7위 존 박과도 2점차에 불과했다. 그런데 생방송 후반부에 발표된 대국민 문자 투표 탈락 위기 5명에는 김은비 김지수 이보람 존 박 허각 등의 이름이 보일 뿐 김그림은 없어 그가 거짓말 논란을 극복하고 대역전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탈락 위기 출연진에게 몰표가 나오면서 김그림은 탈락했다. 중간 집계 결과 하위권만 방송 도중 공개하는 방식은 더 많은 문자 참여를 유도하지만 이로 인해 김그림은 탈락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그렇지만 김그림은 엠넷미디어 음악사업부에 출연자 전속계약을 신청한 연예기획사들 사이에서 영입 경쟁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연예관계자들에게선 김그림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무대울렁증 현승희
슈퍼위크 최종 면접까지 올랐지만 아슬아슬하게 강승윤에 밀려 TOP11에 오르지 못한 열다섯 소녀 현승희 역시 아쉬운 탈락자 가운데 한 명이다. 특히 슈퍼위크까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진영은 천재성을 높이 사 현승희를 적극 추천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그후 박진영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지 않게 되자 그 이유가 현승희의 탈락 때문이 아니냐는 루머마저 나돌았을 정도다.
현승희는 TOP11 탈락으로 생방송 무대에 서진 못했지만 <슈퍼스타K 2> 13회에 출연해 14세의 이재성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임슬옹 아이유의 ‘잔소리’를 불렀다. 생방송임에도 예심에서 문제가 됐던 무대울렁증은 전혀 없었다. 그의 멋진 생방송 무대는 그를 응원했던 시청자들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그 무대를 박진영도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