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확전을 경계하며 침묵하고 있다. 사진은 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윤석열 총장이 지난 2일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으나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민주당은 또렷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 논평은 물론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 총장 인터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신중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충돌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이런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오늘 회의에서 검찰개혁을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식 석상과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면 자칫 여권-검찰 갈등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보다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총장의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검찰총장 언행이 좀 요란스러워서 우려스럽다는 (당내) 시각이 있다”며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총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총장, 과유불급이다.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며 “지금 여기저기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시끄럽다. 소음 내지 말았으면 한다. 역겹다. 악취 풍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 의도도 불순하게 느껴진다. 사욕이 앞서나? 초조한가? 분별력이 많이 흐려져 있는 것 같다. 검찰총장으로서 그 직분에 충실하게 그리고 자중하기를 충언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도 2일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반칙을 일삼고 공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권력층이 바로 정치검찰이라고 생각한다”며 “불만과 이견은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 개진 바란다. 온갖 억측과 언론플레이는 장관급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정훈 기자
윤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추진에 대해 “직을 걸고 (수사청 추진을)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3일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그러나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해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