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관심 있는 이슈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패닉바잉’, ‘영끌’, 부동산 욕망 부추겨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무주택 가구 수가 주택소유 가구보다 많은 곳이 서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가장 관심 있는 이슈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참여연대는 “천만 시민의 삶을 표현할 다양한 정책들은 보이지 않고, 개발과 부동산 공약 일색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울에 수십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쏟아내는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들은 규제 완화와 개발을 통한 공급정책이 주를 이룬다”며 “서울시장 후보 모두가 ‘집값 안정’을 위한 특효약인 것처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지만, 오히려 후보들의 무분별한 부동산 공약이 투기를 부추겨 서울 집값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권’ 보장을 요구했다.
‘패닉바잉’, ‘영끌’이라는 신조어들이 언뜻 집 문제로 절망하는 시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사용되지만, 사실상 부동산 욕망을 부추기고 투기를 감추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
집걱정없는서울넷은 “서울은 부동산 도시가 아니라 세입자의 도시”임을 강조하며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2대 핵심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서울 집값 안정과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한 투기 규제 및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규제 강화이고, 둘째는 세입자 보호강화와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다.
#개발과 규제완화 공약보다 실제 ‘주거권’ 달라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새로운 주택의 이익은 토지주와 최초 분양자, 건설사 등이 가져가고 주택 구매력이 없는 세입자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결국 서울 시민 절반이 넘는 세입자들은 거주하는 곳에서 비자발적 이주를 해야 한다”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비판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들이 공급할 값비싼 주택에 누가 들어가서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보다는 삶의 공간으로서 집이 필요한 사람,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전월세 폭등, 깡통주택 피해 등의 집 걱정 없이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한 시민이 부동산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박정협 서울주거복지센터 마포주거복지센터장은 “서울은 세입자도 많지만, 집이 아닌 집에 사는 주거취약계층도 많은 도시”라며 비주택, 특히 고시원이나 쪽방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과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층 및 노령 1인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 확대와 함께 지속적인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요구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 역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하는 주거·부동산 공약이 각종 개발 공약과 규제 완화책으로 뒤덮이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서울 집값의 안정과 부동산 불평등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여야 정당과 서울시장 후보들이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걱정없는서울넷은 주거권네트워크, 노동도시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전국세입자협회를 비롯해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강남주거복지센터, 강북주거복지센터 등 각 구 주거복지센터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단체들은 “여야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을 분석·평가해 투기 조장 공약을 심판하고, 서울 시민들에게 나쁜 공약을 알리는 시민 캠페인을 전개해 이번 보궐선거를 부동산 선거가 아닌 주거권 선거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