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월 4일 오전 국민의힘 서울시장 재보궐 경선에서 승리한 뒤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3월 4일 오전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재보궐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개표 결과 발표에 앞서 “최종 득표율엔 여성·신인 가산점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경선에서 여성 후보와 신인 후보에게 10% 가산점을 주는 방침을 정했다. 가산점의 존재와 당 내부적인 지지세 등을 고려할 때 나경원 전 의원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각에선 ‘오세훈 전 시장이 얼마나 격차를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 전 시장이 가산점을 받은 나 전 의원을 넉넉하게 제쳤다. 오 전 시장 득표율은 41.34%, 나 전 의원 득표율은 36.31%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6.47%, 오신환 전 의원은 10.39%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선은 3월 2일부터 3일 이틀 동안지지 정당 구분 없이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야권 내부에선 경선 결과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강 후보가 박빙으로 지지세를 다투던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이 나 전 의원의 ‘10% 가산점’ 벽을 넘을 수 없을 거라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보란 듯이 그 벽을 넘어버렸다”며 놀라워했다. 이 관계자는 “페널티를 극복하고 반전을 이뤄낸 오 전 시장이 야권 단일화 본선에서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을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 역시 경선 결과에 놀란 눈치다. 오 전 시장은 경선 승리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마음 정리가 안돼 있었다”면서 “결과 발표 장소에 올 때까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많이 죄송했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서 10년 간 살아오면서 격려해주시는 시민들을 뵐 때면 더 크게 다가오는 죄책감, 책임감, 그 모든 것을 늘 가슴에 켜켜이 쌓으면서 여러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날을 나름대로 준비해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서울에서 반드시 승리해 문재인 정권에 분명한 경종을 울리겠다”면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승리 소감 발표 중간중간 울컥하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경선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오 전 시장은 두 번째 관문을 눈앞에 뒀다. 바로 제3지대 경선에서 승리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다.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 후보자 등록 마감 기한은 3월 18일이다. 야권은 3월 18일 전까지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기 전부터 “기호 4번(국민의당)으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며 야권 단일화 포석을 놓은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 경선과 국민의힘 경선은 이번 경선 과정의 준결승 절차”라면서 “오 전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야권 서울시장 경선 결승전 막이 오르게 됐다. 상당히 흥미로운 양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 경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 실망을 주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면 단일화 시너지가 확 줄어들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기호 논쟁’이 벌어지며 갈등 조짐이 보이는데, 이런 부분을 최소화 해야 본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개인적 생각으론 조속한 시일 내에 안 대표를 만나고 싶다”면서도 “오늘부터는 당의 후보니 긴밀히 협의해서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단일화는 빨리 될수록 좋다”면서 “지지층이 단일화된 후보로 이동하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바람직한 형태의 단일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빠르고 강력한 단일화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취재진과 대화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오 후보와 조만간 만남을 통해 건설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