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맞붙은 박영선 후보와 우상호 후보가 3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출발은 좋았다. 박 전 장관이 장고에 들어간 사이 우 의원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보선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우 의원이 ‘총선 불출마’ 카드를 들고 나오자, 당 내부에선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박용진·박주민 의원 등 97(90년대 학번·70년대 생)그룹의 부상도 당 세대교체론을 띄웠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당 내부에선 서울시장 보선 경선 직후 되레 ‘세대교체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 중심엔 운동권 그룹의 공고한 벽이 자리 잡고 있다. 우 의원이 당분간 의정활동에 집중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022년 6·1 지방선거(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재도전이다. 이번 보선 임기가 1년짜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 의원의 재도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 민주당 최종 후보인 박 전 장관과 우 의원이 1년 뒤 다시 맞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86그룹이 계파 해체보다는 역할론 모색에 치중하는 것도 당내 세대교체의 걸림돌이다. 86그룹인 송영길 의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물밑에서 차기 당권을 위한 세몰이에 돌입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은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힌다. 86그룹에 속한 한 인사는 “차기 당권과 대권 과정에서 운동권 그룹의 역할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86그룹은 서울시장 보선 경선 전후로 세 규합에도 나섰다. 한때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았던 임 전 실장은 우 의원을 향해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며 “서울시장 출마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포스트 이낙연을 노리는 송 의원도 우 의원 패배 후 “후보를 추격하기 위해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어떤 당들과 달리 끝까지 정책으로 승부했다”고 치켜세웠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내 운동권 그룹이 고여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뼈아픈 일”이라며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타 정당보다 세대교체가 지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86그룹의 막내 격인 다른 관계자는 21대 총선 당시 출마 여부를 묻자, “아직 (출마를 기다리는) 선배들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97세대에 대한 당 안팎 비토 기류도 당내 세대교체의 장벽으로 꼽힌다.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김원웅 광복회장은 3·1절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일명 ‘친일파 파묘법(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민주당 안에도 친일을 비호하는 소수의 사람, 정치인이 있는 것 같다”며 서울 강북구 P 국회의원을 지목했다. 김 원장이 비판한 이는 97그룹 선두주자인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영 대립을 낳을 수 있는 과거사의 무한 반복은 답이 아니다”라며 친일파 파묘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박 의원은 97그룹 중 차기 대권 도전을 천명한 유일한 인사다. 당 한 관계자는 “97세대에 대한 당내 인식은 ‘때가 아니다’로 요약된다”며 “잘해야 페이스메이커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