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5차공판을 마치고 여주지원 법정을 나서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일요신문=여주·양평] 지난 1월 11일 4차공판에서 “2017년 대선에서도 선거운동원들에게 추가수당을 줬다”는 증언이 나온 이후 열린 5차공판에서도 “총선 당시 미신고후원금 접수 후 김 의원이 감사 전화를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이 나왔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조정웅 부장판사)는 3월 4일 오후 2시 50분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여주시·양평군)과 회계책임자 경 씨(여·48)의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5차공판을 101호 법정에서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前 농협양평군지부장 이 모 씨와 전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지난 총선 미신고후원금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당초 5차공판은 지난 2월 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검찰과 법원 인사에 따라 이날로 미뤄졌다.
검찰은 前 농협양평군지부장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불법후원금 100만원을 내게 된 경위와 김 의원으로부터 감사전화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또 전씨에 대해서는 김 의원으로부터 감사전화를 받았는지 여부와 함께 당초 300만원이 공식후원금으로 접수됐다가 반환받은 후 불법후원금으로 다시 접수된 경위 등을 캐물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그동안 공판에서 불법후원금 모금 및 집행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후원회회계책임자 이씨 등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재판에도 김 의원 측근 등 20여 명이 참석해 공판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김 의원 사건 재판장은 2월 22일자로 여주지원장으로 새로 부임한 조정웅 부장판사가 맡았다.
특히 지난 1일자로 제주지검으로 발령이 난 권다송이 검사는 이날 제주에서 재판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후 재판에는 계속 참여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前 농협양평군지부장 이씨, 불법후원금 접수 후 김 의원으로부터 감사 전화 받았다”
이씨 “전화를 받긴 했지만 돈 얘기는 하지 않고 의례적 인사말 뿐”
이날 공판에서 검사는 이 씨에게 “2020년 4월 9일 미신고후원금 100만원을 당시 선거대책본부장 한씨에게 준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씨는 “평소 절친한 친구인 한씨와 식사를 하려고 왔다가 급히 서울을 가게 돼서 대신 식사비로 100만원을 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검사는 “후원금을 내기 하루 전날인 4월 8일 김 의원 부인과 통화한 사실과 4월 9일 후원금 접수 후 당시 김선교 후보로부터 감사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김 의원 부인과는 오래전 교육청 근무시절부터 알았던 사이어서 전화했으며, 김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오긴 했지만 돈 얘기는 하지 않고 의례적인 인사말만 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이 씨가 후원금을 낸 2020년 4월 9일은 공식후원금 모금한도액 모금이 완료된 시점으로 당시 김 후보가 불법후원금 모금 사실을 알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불법후원금과 관련하여 김 의원과 기부자들과의 통화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이씨는 선거대책본부장인 한씨와의 인연 때문에 식사비로 100만원을 준 것이지 김선교 후보에게 후원금을 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장이 나서 “농협에서 100만원을 찾은 후 농협봉투에 넣어 한씨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며, 이씨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이씨는 지갑을 내보이며 “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평소 그 정도 돈은 지갑에 넣고 다닌다”며 5만원 지폐 몇 장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계속되는 검사의 질문에 “똑 같은 질문을 계속하니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 진술거부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답변을 거부하자 재판장이 “증인은 진술거부권이 있는 게 아니다. 사실대로만 답변하면 된다”며 답변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 전씨 “음료수 마시러 오라고 하여 선거사무실 방문…콜라 값으로 300만원 준 것”
“공식후원금으로 접수된 300만원이 비공식후원금으로 접수된 경위 모르는 일”
검사는 전씨를 상대로 비공식후원금 접수 경위를 물었고, 전 씨는 “선거대책본부장 한씨가 음료수 드시러 오라고 하여 다음날인 3월 24일 선거사무실을 방문하여 콜라 값이라도 하라며 한씨와 전 양평군청 면장 박씨에게 준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당시 선거사무실에는 김선교 의원이 함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300만원이 공식후원금 계좌에 입금된 후 위 돈을 박씨가 자신의 계좌로 반환받아 이를 출금하여 다시 미신고후원금으로 기부한 사실이 있느냐”며 공식후원금 반환 경위에 대해 물었고, 전씨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검사는 또 “한씨로부터 음료수 드시러 오라는 전화를 받은 후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고 증언했는데 통화기록을 보면 한씨와의 통화는 한참 후인 4월 9일 통화기록이 유일하다. 후원금 접수 하루 전날인 3월 23일 전씨와 통화한 사람은 한씨가 아닌 김선교 의원”이라고 통화내역을 제시하면서 몰아 세웠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반대신문에서 “김선교 의원이 전화통화한 건 맞지만 후원금에 대한 말은 전혀 없었고, 단지 지지해 달라는 부탁의 말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증인 외에도 미신고후원금을 기부하고 김선교 의원과 김 의원 부인, 선거대책본부장 한씨로부터 감사전화를 받은 인물들에 대한 진술조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으며, 또한 김 의원이 미신고후원금 모금에 대해 사전인지를 하고 있었다고 추정이 될만한 추가증거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6차공판 기일 미정…김 의원 특보 등 7명 검찰 측 증인신문 예정
7차공판, 변호인 측 증인으로 김 의원 특보 이씨와 선거대책본부장 한씨 등 8명 예정
8차공판, 이 사건 핵심증인인 후원회계책임자 이씨 증인신문 예정
다음 6차공판은 이 사건 수사검사인 제주지검 권다송이 검사의 제주재판 일정 관계로 기일을 정하지 못하고 추후 정하기로 했다.
6차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으로 후원회회계책임자 이씨로부터 미신고 후원금 잔액 311만원을 받아 갔지만 다시 돌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 의원 특별보좌관 이씨와 변호인 측에서 수사기록에 대해 부동의한 인물들인 선관위 지도홍보계장, 3차공판 증인 김 의원실 인턴 이씨를 조사한 경찰 수사관, 미신고 후원금 기부자 김씨와 곽씨, 하씨, 조씨 등을 불러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7차 공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김 의원 특별보좌관 이씨와 선거대책본부장 한씨, 회계책임자 경씨, 상황실장 이씨, 선거홍보기획단장 이씨, 김 의원 부인 수행원 지씨, 전 양평군의회 의장 박씨, 전 양평군청 5급 공무원 김씨 등 8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 8차 공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으로 이 사건 핵심 증인인 후원회회계책임자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다.
# 선거캠프 56명 무더기 기소…김 의원 “불법후원금 모금·집행 몰랐다”
김 의원은 지난 4.15 총선 기간 중 연간 1억5천만원으로 정해진 후원금 액수를 초과해 총 66회에 걸쳐 4,771만원을 모금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이렇게 초과 모금한 후원금 등을 선거비용으로 사용하면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비용인 2억1천900만원을 초과해 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김 의원과 함께 검찰이 기소한 56명 중 ①현재 의원직 박탈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원과 회계책임자 경씨 등 2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며, ②두 사람 공판이 끝나면 선거대책본부장 한씨와 선거홍보기획단장 이씨, 후원회 회계책임자 이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이 진행 될 예정이다. ③이후 당협운영위원장 이씨 등 운영위원 11명과 유세단장 이씨, 유세차량 운전기사 박씨(김 의원실 7급비서), 선거연설원 3명, 선거운동원 35명 등 나머지 51명의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3선 양평군수 출신인 김 의원은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21대 총선에 여주시·양평군 후보로 출마해 초선으로 당선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의원이 이번 사건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 받거나 회계 책임자 경 씨가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무효 처리된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