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커뮤니티 가운데 꽤 유명한 곳으로 꼽히는 A 카페 회원들의 말이다. 이 카페는 회원들이 부적과 소위 개운 아이템(개운템)이라 불리는 것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개운템은 개인 운을 올려준다고 생각하는 액세서리들이다. A 카페는 또한 명리학 관련 P 앱을 개발해 정기결제를 받기도 했다.
A 카페에서 파는 부적은 9만 원대부터 약 40만 원까지 다양했고 이 부적을 3개에서 5개까지 쓰도록 권유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A 카페는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서 물품 발송이 어렵다며 실물 부적을 주는 대신 태우는 부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개운템은 중국 도사가 영력을 이용해 개인의 사주에 맞게 맞춤 제작을 했다고 해서 하나당 약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고 한다.
개운템은 팔찌나 반지, 동전 등이 대표적이고 절구나 도자기, 장식품 등을 집안에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중국 도사는 100만 원에서 500만 원, 중국 도사의 사형은 30만 원에서 100만 원을 받고 점을 봐줬다. 소위 ‘가지’ 의식을 하면 불운과 부정을 걷어줘 부적효과가 강해진다고 하면서 재단에 제사를 지내는 값으로 건당 10만 원, 악운일 경우에는 5일 50만 원을 현금으로 받기도 했다.
A 카페에서 판매한 부적. 실물 부적이 아닌 중국에서 태워준다고 했던 부적들이다. 사진=A 카페 쇼핑몰 캡처
A 카페는 다양한 물품 판매 외에도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고민 상담이 이뤄지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잠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던 건 2019년이었다. 카페 회원이었던 B 씨는 “2019년 한 카페 회원이 부적 구매 시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되냐고 물었고 카페에서 강퇴 당했다. 하지만 이때 사건은 분란이 커지지 않고 곧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당시 카페 매니저는 ‘나는 중국 회사에서 근무하며 본업 외에 취미로 힘든 사람들을 돕고자 부적 및 개운템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 스태프들도 무료봉사하는 것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부적이나 개운템을 구매하는데 카드 결제가 된 적이 없고 오로지 현금으로만 물품이 거래돼도 이해를 한 것 같다. 금액도 물품 사진 및 설명에 명시하지 않고 ‘판매 스태프에게 문의하라’고만 돼 있어 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문제는 지난 2월 중순 발생했다. A 명리학 카페 회원이 비공개 카페를 가입했는데, 이곳에서 판매되는 부적이나 개운템 가격이 비공개 카페보다 비싸다는 걸 알게 됐고 이 사실을 폭로했다.
회원들은 그동안 ‘봉사 차원’에서 판매해 왔다는 매니저의 말에 더는 신뢰할 수가 없게 됐다. 매니저는 ‘나도 판매를 담당한 스태프가 가격을 더 붙여서 판매했다는 건 몰랐다. 그 스태프가 일종의 횡령을 했다’면서 ‘비공개 카페와 A 카페 판매액의 차액만 환불하겠다’고 해명했다. A 카페 매니저는 “물류 및 접수를 대행하던 사람이 자기 멋대로 중간에 돈을 붙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굳이 가격을 적어놓지 않고 번거롭게 판매 스태프에게 가격 문의 후 결제하게 해서 횡령이 가능했던 것이다”라면서 “판매 스태프와 매니저와의 관계도 의심스럽다. 둘 사이의 돈 거래 내역도 확인해 봐야 한다. 실제로 횡령이라면서 판매 스태프 상대로 고소,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회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하게 신뢰해왔던 매니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카페 매니저는 딱히 진상 규명이 없었고 이에 회원들이 직접 부적이나 개운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백만 원을 받고 판매했던 개운템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 타오바오나 알리 등 중국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만약 이게 같은 물건이라면 원가의 100배에서 300배가 넘는 마진을 붙여 판매한 셈이다.
A 카페 매니저는 “개운템은 기성품을 산 게 맞다. 개광이란 종교 의식이 있다. 기성품에 영력을 불어 넣는 행위다. 중국 절이나 도관에 가면 다 가능한 일반적인 것이고 유명 사찰에 가서 개인 개광을 신청하면 20만 원 받는다. 여기에 가지기도를 해서 힘을 더 불어 넣은 것이다. 제품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 영력을 넣는다는 종교 활동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 거다”라고 반박했다.
부적을 샀다는 C 씨는 부적을 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태우기 전 부적을 보고 구매하면, 중국에서 나를 생각한다면서 태워줬다고 했다. 태우는 부적은 태웠다고만 하고 딱히 인증을 하지 않고 인증이 있다하더라도 그 결과를 100명이든 1000명이든 다시 보낼 수 있어 일종의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실제로 진짜 부적을 태우기는 한 건지 의문이다. 이 점이 꼭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A 카페가 해명 차원에서 공개한 매니저와 스태프의 대화 내용.
현재 피해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D 씨도 소송에 참여했다. D 씨는 “매니저가 현금영수증도 발급해주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국세청에 탈세 제보를 한 상태고 중국 도사에게 진짜 돈이 갔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그 외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등으로도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자들이 가정주부 등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이라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니저 엄포대로 명예훼손이라도 당할까 겁내하는 사람이 많다. 또 고소를 했다가 집에 알려질까 겁을 먹은 사람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중국 도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중국 도사가 실존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사실은 중국 도사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 도사라는 사람이 영적인 물건을 판매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시중에서 값싸게 구입한 물건을 몇백 배 되는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하여 폭리를 취한 행위를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A 카페 매니저는 “실제로 도사는 존재한다. 개운템 및 부적 등을 공급하는 도사 사형이 중국의 역술과 수리학회 부회장이다. 현재 난리치는 사람보다 믿고 계속 사고 싶다고 연락하는 분이 더 많다”며 “팩트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얘기와 완전히 다르다. 비공개 카페에서 사생활 유출 및 뒷담화로 강퇴 된 분들이 의혹제기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A 카페는 비공개 카페로 전환한 상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