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종합 여가 플랫폼 야놀자가 비상장 주식거래시장에서 인기 종목으로 거래되고 있다. 야놀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상장 전 무상증자
물론 장외거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식시장의 가격형성 과정처럼 치밀하지는 않다. 사고파는 사람들의 일대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허수도 있을 수 있다.
야놀자는 장외거래 가격이 100만 원을 웃돌자 최근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야놀자 장외 주식은 지난 2월 25일 1 대 19로 무상증자가 이루어졌다. 무상증자 전 434만여 주였던 총 발행주식수는 무상증자 후 20배인 8684만여 주가 된다. 신주유통일은 3월 11일이다. 무상증자를 하면 주식분할 효과가 있어 가치는 그대로지만 주가가 낮아져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주가가 더 쉽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향후 비상장거래장에서 야놀자의 거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에서는 야놀자 주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해 시가총액을 약 4조 2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3조~5조 원으로 평가한다. 이는 지난 3월 5일 기준 하나투어 시가총액 9464억 원과 모두투어 시가총액 4413억 원을 합친 것보다 서너 배 높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상장요건 완화
야놀자는 장외 거래 가격이 100만 원을 웃돌자 최근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사진=비상장증권거래앱 증권플러스 캡처
야놀자는 지난해 말 기업공개 추진을 발표한 뒤 상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연내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한국거래소가 3월 4일부터 미래 성장형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요건을 완화해 상장 문턱을 낮춘다고 밝힌 상태여서 야놀자의 상장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거래소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미래 성장형 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시가총액 단독 상장요건을 신설했다. 시가총액 1조 원이 넘으면 재무상태와 무관하게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매출과 이익 등 실적 중심의 상장 요건을 시장평가 중심으로 일부 재정비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형 기업이 증시 상장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면 성장에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적자가 있어도 매출이 좋고 시장 점유율이 높다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4조 원대의 누적적자로 국내 증시 입성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에서 국내 유망 기업을 잡기 위해 상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 상장 요건도 빠르게 완화된 것”이라 귀띔했다.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도 완화된다. 현행 규정에서는 코스피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50억 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만 미래 성장형 기업은 매출액 미달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5년 동안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유니콘 기업으로 상장 직진
야놀자는 2019년 6월에 싱가포르 투자청과 부킹홀딩스로부터 약 21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
야놀자는 2005년 모텔을 중심으로 한 숙박예약 서비스로 시작돼 2017년 매출 545억 원을 찍으며 업계에선 국내 대표 ‘숙박앱’으로 불렸다. 이후 숙박‧레저‧교통 등 여러 여행 및 여가 관련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종합 여가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반경을 넓혔다.
매출은 2017년 545억 원, 2018년 1213억 원, 2019년 2450억 원으로 2017년 이후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2020년 매출액은 아직 공시 전이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반사이익을 챙겨 매출 증가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부킹닷컴이나 에어비앤비 등 해외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의 평균 시가총액은 매출 대비 10배 수준이다.
야놀자는 숙박‧레저‧교통 등 여러 여행 및 여가 관련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종합 여가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반경을 넓혔다.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캡처
야놀자는 온라인예약 중개서비스를 넘어 오프라인 객실 사업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객실예약, 체크인·아웃, 객실관리, 회계 등을 관장하는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PMS, Property Management System)을 운영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미국 오라클과 어깨를 견주는 세계 1, 2위 PMS 사업자가 됐다. 2019년부터 PMS사인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 한국의 가람, 씨리얼, 산하정보기술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결과다. 전 세계 2만 7000여 호텔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야놀자는 PMS를 통한 B2B 서비스 기업에 가깝다. 온라인 테크 기업이다. 상주 개발자가 1000여 명에 이른다. PMS를 통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점유율도 높다. 야놀자는 단순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벗어나 관리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피벗(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여행 업계에선 야놀자가 국내 증시에 상장하게 되면 전통적인 여행 대장주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넘어 새로운 여행 대장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