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4월 7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부산 민심과 판세는 어떻게 보나.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시장은 엎치락뒤치락하고, 부산은 밀리는 모양새다. 보궐선거는 원래 정권 심판론이 항상 따라온다. 최근 의정활동으로 부산에 내려갔다 왔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돼 현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직까지는 없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냐에 대해 충분한 홍보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지역에서 지난 20~30년 동안 보수야당이 지자체를 맡아서 했을 때는 부산이 정체돼 있었는데, 최근 3년 동안 좋아지고 있었다는 시민들의 말도 들었다. 부산에서 민주당에 기대하는 부분이 높아지고 있는 걸 봤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됐다.
“오세훈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으로 논란을 일으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정치인이다. 자기반성 없이 다시 나와 서울시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중요한 변수는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달리 개인적으로는 오세훈 후보라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본다. 두 분 모두 서로 양보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 후보는 시장을 해봤던 분이라서 더더욱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공소청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황운하 의원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발의에도 참여했다.
“검찰개혁은 내가 국회에 입성한 중요한 계기다.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결론을 진작 내렸다. 그래서 검찰개혁특위가 만들어지기 전 이미 법안 준비를 해놨었다. 그래서 특위와 관계없이 법안을 발의했던 것이다. 또한 내가 법안을 발의하며 일부러 누락한 부분이 있었는데, 검찰에서 수사권을 회수해오면 그걸 누구에게 부여할 것이냐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열어놓은 상태였는데, 해답을 황운하 의원이 들고 나왔고 그 취지에 공감해 공동발의에 참여한 것이다.”
―민주당 수사·기소분리 TF에서 2단계 검찰개혁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당초 예고한 2월보다 늦어지고 있다.
“아직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사실 법안은 거의 성안이 됐다. 이번 입법은 70년 동안 이어온 형사사법시스템을 바꾸는 매우 큰 개혁이다. TF 내부에서도 공론화 과정을 더 거칠 필요가 있다는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TF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법무부나 검찰의 입장을 간접적·직접적으로 듣는 기회를 가져오긴 했는데,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여러 논리를 폈다. 첫 공개발언인 만큼 입법부로서 개혁 대상인 검찰의 입장도 충분히 경청하고 검토해보자는 공감대가 있다. 현재 그런 상황이다. 일부에서 속도조절론도 나왔는데 말이 안 된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4월 보궐선거, 5월 전당대회·원내대표 경선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검찰개혁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개혁 입법 발의를 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가장 먼저 법을 발의했던 사람으로서 신속히 입법 발의가 안 된 것은 아쉽다. 빨리 하자는 의미는 속전속결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지지해 검찰개혁의 동력이 살아있을 때 중요한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TF를 하면서 논의 과정을 쭉 지켜보면, 검찰개혁에 대한 당의 의지는 높다. 향후 정치일정이나 이슈 때문에 검찰개혁 동력이 소진돼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나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2단계 검찰개혁에 대해 “부패완판” “헌법정신 위배” 등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본다. 검찰 입장 핵심 논거는 ‘검찰만이 거악을 척결할 수 있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거악을 눈감아주고 거악과 손잡아온 게 지난 70년 검찰의 역사였다. 주장의 근거도 부족하다. 검찰이 거악을 척결했다고 하는 게 대부분 직접수사 사건인데, 이 사건들이 일반 사건보다 무죄율이 훨씬 높다. 검찰이 수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를 잘했냐 못했냐의 평가기준은 기소를 할 수 있느냐인데, 본인들이 수사한 사건이니까 다 기소하는 거다. 검찰 수사역량은 점점 떨어지고, 자백만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명숙 총리 사건이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 수사를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람 괴롭히는 걸 잘하는 거다. 그렇다면 검찰이 거악을 척결한다 하면서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게 아니냐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대 민주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 균형을 맞춰 엄정한 공권력이 행사되게 만드는 것이다. 검찰이 가진 모든 권한을 전문수사기관을 만들어 나누면 역량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검찰의 반발이 거세다.
“개혁을 하면 개혁 대상자들의 저항은 늘 있어 왔다. 이를 항상 상수로 두고 전략적이고 세련되게 접근해야 한다. 저항에 여러 단계가 있지만 먼저 검찰이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어 검찰개혁에 앞장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들어갈 것이다. 또한 디테일을 가지고 계속 공격해 싸움을 혼전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지치게 해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이 좌초되지 않으려면 먼저 큰 틀에서 결단을 내리고, 디테일은 이후에 신중히 논의하면 된다.”
―윤석열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계 입문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정계 입문에 대해서도 할 거면 빨리 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피해다. 검찰 입장에서는 총장이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에 기웃거리는 게 조직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검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으면 결과에 대해 믿음이 생기지 않아 큰 피해가 온다. 지금도 검찰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자꾸 재려고 하지 말고 빨리 결단하라 말씀드리고 싶다.”
―최종 사법개혁은 검찰을 넘어 법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다르게 분류하는 사람 중 하나다. 검사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으로, 판사와 동급으로 두면 안 된다고 본다. 사법개혁 역시 우리 사회에서 꼭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이해하기 힘든 판결들 때문에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 아니다. 판결은 법관의 개별적 양심에 따라 튀는 판결들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서 벗어난 판결들이 지속적으로 패턴을 가지고 나타나면 사법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법관 탄핵이 그 일환인가.
“사법부는 국가권력의 3대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사들은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적으로 갖춘 사람들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받아 그 자리에 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강한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사법부도 민주적 통제 하에 둬야 한다. 국회의 법관 탄핵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사법부 개혁을 말하면 사법부 독립을 방패로 들고 나온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있는 것이지, 판사를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요구할 수 없다.”
3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여권 초선 의원들의 모임 ‘처럼회’ 일원이다. 처럼회의 강경 태도를 두고 비판도 나온다.
“내가 처럼회를 처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처럼회는 국가 권력기관 개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대를 통해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하나둘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개혁 문제에 있어 기존 당이나 정치세력의 입장보다는 더 진보적이고 한발 더 앞에 나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강경한 태도에 대한 지적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은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좌우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 정치가 건강해진다. 180석이나 되는 범여권이 이런저런 목소리가 안 나오고, 지도부 중심으로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물론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당론이 결정되면 단일팀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는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논의가 이뤄지는 게 더 장려돼야 한다. 그 역할을 처럼회가 열심히 하고 있다. 우려도 있지만 기대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국민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낙연 대표가 조만간 대표직을 사임한다.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일부 개혁법안 추진 과정에서 이낙연 대표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 초년생으로 이낙연 대표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을 이끌고, 개혁을 해나간다는 게 정말 어렵구나라는 건 많이 보게 됐다. 이낙연 대표가 처음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개혁에 대해 지도부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검찰개혁특위가 구성돼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이낙연 대표가 결단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차기 당대표에게 필요한 자질과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차기 당대표는 국민들과 소통의 폭을 많이 넓히는 게 필요하다. 180석을 움직이는 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다양한 현장 목소리가 모아지면 실제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개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지만,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민생 분야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문제, 한국형 그린뉴딜을 통해 한국이 선도하는 국가로 나가는 기틀을 충분히 고민해서 잘 설계했으면 한다. 정치인은 임기가 있지만, 정당은 유지된다. 정당이 50년, 100년 후 방향을 정하고 선출된 정치인들이 거기에 맞게 정책노선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입문한 만큼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시대의 화두는 ‘공정성’이다. 불공정성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공정의 문제가 바로 서지 못하니까 여러 문제 분쟁이 발생하고, 공정하게 해결되지 않으니까 갈등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불공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계속 고민하고 의정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