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 분담에 전격 합의했다. 양측은 리콜 비용을 반영해 지난 4일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현대차와 LG엔솔은 지난 4일 각각 지난해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코나 전기차에 대한 리콜 비용을 분담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1조 6410억 원에서 1조 2544억 원으로 정정했다. 차액은 3866억 원으로, 리콜과 관련된 품질비용 추가 반영됐다. 앞서 반영했던 품질비용(389억 원)까지 더하면 총 4255억 원이다.
LG화학 역시 리콜 비용을 반영해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기존 6736억 원에서 1186억 원으로 수정했다. 차액은 5550억 원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2조 3532억 원에서 1조 7982억 원으로 줄었다.
LG화학에서 배터리를 담당한 사업부문이었다가 지난해 12월 자회사로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에 충당금이 모두 적용된다. 이번 비용 반영으로 당초 1158억 원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으로도 1667억 원 적자를 보게 됐다.
LG 측은 정정공시를 내면서 리콜과 관련된 충당금의 총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와 합의한 리콜 비용 분담 비율은 3 대 7로 전해진다. 총 비용은 약 1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비율대로라면 LG엔솔이 추후 98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배터리셀 마진을 빼면 실제 회계에 반영되는 비용은 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와 LG엔솔은 화재 원인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현대차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고 LG엔솔은 현대차가 제작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전기차 기술 경쟁력과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두 기업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리콜 비용 분담 비율이 정해지면서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이 제작한 배터리 문제가 주된 원인인 것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번 합의가 최종 결론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조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후 분담 비율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LG엔솔은 LG화학이 재무제표를 정정공시한 날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하여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 양사가 분담을 하기로 협의했다”면서도 “향후 귀책사유나 상세 분석에 따라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4일 코나EV의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화재 원인은 배터리셀의 제조 불량에 따른 내부 합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차와 LG엔솔은 2017년 11월~2020년 3월 생산된 코나EV 7만 5680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5716대, 전기버스 일렉시티 305대 등 총 8만 1701대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