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5일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결과 검사를 바탕으로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출연금을 과도하게 제공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영업활동이 정상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과태료 21억 원과 중징계인 ‘기관경고’ 제재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사진=박정훈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23일 신한은행에 중징계인 ‘기관경고’ 제재와 함께 과태료 21억 3110만 원을 부과했다고 5일 밝혔다. 당시 서울시 금고 유치전을 책임졌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주의적 경고’를 통보받는 등 전·현직 임직원 9명이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출연금을 과도하게 제공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영업활동이 정상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실제 제재안을 보면, 신한은행은 2018년 4월 서울시 시금고 운영 금융기관 지정 관련 입찰에 참여하면서 전산시스템 구축비용 1000억 원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다만 이 비용 중 393억여 원은 시금고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를 거래 상대방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이사회에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은행법상으로는 재산상 이익의 제공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내부통제기준을 운영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신한은행은 재산상 이익 제공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 평가, 홈페이지 공시, 준법감시인 보고 등을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 안건에는 전산 구축 예상 비용으로 1000억 원이 아닌 650억 원만 반영해 출연금 한도가 333억 원 과다 산출됐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사외이사들에 거짓 또는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봤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2019년 지자체 금고 선정시 협력사업비 과다출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협력사업비 배점을 낮추는 등 지자체 금고 지정 기준(예규)을 개정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 서울시금고 입찰을 두고 시중은행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1년 예산만 30조 원 규모고, 추가 영업 활동 이익까지 고려하면 놓쳐서는 안 될 입찰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에 도전했다가 2차례 실패했던 신한은행은 테스크포스를 꾸리고 총력전을 펼쳤고, 2018년 5월 서울시금고 운영 금융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104년 만에 운영 기관이 신한은행으로 바뀐 만큼 은행권 안팎의 화제가 됐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따낸 직후 “10년간 서울시금고 유치를 준비해 왔고, 20여 개 지자체 금고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사업자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2022년부터 4년간 서울시 1금고 관리를 맡는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광고성 정보를 보낼 때 개인신용정보를 부당 이용하거나 계열사에 부당 제공한 사실 등도 지적받았다. 2017년 1월~2019년 6월 887개 영업점에서 고객 동의 없이 8598명에게 전화, 전자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영리목적 광고성 정보 4만 301건을 전송했다. 25개 영업점은 같은 기간 고객 동의 없이 232명의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해 광고 우편(DM)을 468건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기간 신한은행 신용정보관리·보호인이 실제 고객 작성 동의서 내용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고객 동의서 스캔 검증시스템을 도입하고도 사후 관리, 적정성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장외파생상품 거래시 위험회피 목적 확인 불철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출업무 부적정, 주가연계증권(ELS) 신탁계약 체결과정 녹취의무 위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구제절차 누락 등이 제재 사유에 포함됐다. 이번 제재안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과태료를 납부하고 향후 다른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