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총장에게 공천을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사진=박은숙 기자
3월 4일 윤 전 총장 사의 표명 발표 직후 일요신문과 통화한 정대철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공천을 주려고 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이끌던 안 대표는 윤 전 총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구고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정권에 찍힌 뒤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국회에 출석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대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대표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제가 고시를 9번 떨어지고 10번째 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슨 국회의원을 하겠습니까”라고 완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부인하긴 했지만) 안 전 대표 제안을 받고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상당히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다시 정 전 의원에게 윤 전 총장과의 만남을 부탁했다. 그리고 안 대표는 정 전 의원 소개로 윤 전 총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정 전 의원은 그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안철수 대표가 윤 전 총장을 불러달라고 해서 셋이 만났다. 윤 전 총장이 ‘저는 괜찮습니다만, 국회의원 하려고 그랬다고 비칠 거 아닙니까. 지금은 아니고, 다음에 기회 되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안 대표의 윤 전 총장 영입은 유야무야됐다.”
윤 전 총장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수사를 밀어붙이다가 좌천성 인사까지 당했는데, 정치에 뛰어들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그런 판단을 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3월 4일 사의를 표명하고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는 최근 윤 전 총장 상황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서 “이번에도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대신 전화 통화는 한두 번 했다고 털어놨다. 정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이 아파 병원에 들락날락하자 한 친박계 인사가 형집행정지를 상의해온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윤 전 총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 전 의원 문의에 “형집행정지는 검찰총장 권한이긴 하지만 (형집행정지) 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심사위원회 대부분이 의사라 까다롭다. 쉽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나중에 사면·복권을 한번 고민해 보는 게 나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차기 도전 가능성에 대해 “윤 전 총장과 친한 변호사로부터 들었는데, ‘정치 안합니다’라고 했다더라”라고 했다. 정치에 뛰어들 경우의 행보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아넣은 사람이다. 또 민주당과는 저렇고. 어디로 갈 수 있을까”라면서 “(만약 정치를 한다면) 제3당으로 갈 것”이라고 점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