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주주이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나날이 악화하는 홈플러스 실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 최악의 성적표 홈플러스, 골머리 앓는 MBK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가장 최근 공시인 지난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7조 3002억 원, 영업이익은 38.4% 감소한 1602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은 전년(1327억 원)보다 4배 불어난 5322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이 같은 실적은 이마트와 비교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2조 330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3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4% 증가했다. 신선식품 경쟁력과 노브랜드 등 자체 브랜드 제품력 강화, 매장 효율화와 리뉴얼 등을 통해 소비자의 발길을 잡았다. 쓱닷컴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쓱닷컴의 총 거래액은 3조 9236억 원으로 전년보다 37% 늘었고, 매출도 1조 2941억 원으로 53.3% 증가했다. 비록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영업손실 규모(469억 원)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홈플러스가 경쟁력 강화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배송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점포 내 주차장 등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풀필먼트센터(PP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2018년 인천 계산점, 2019년 안양점, 수원 원천점 등 총 3곳의 매장에 PP센터를 선보였다. 온라인과 앱으로 주문하면 장보기 사원들이 대형마트 점포에 진열된 상품을 직접 골라 담아 고객이 원하는 배송시간에 맞춰 배달해주는 당일배송 방식이다.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지난 2월 전국 35개 도시에서 매장 반경 최대 2.5km 내 고객을 대상으로 1시간 내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쿠팡과 쓱닷컴, 롯데온, 마켓컬리 등이 이미 ‘빠른 배송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갖췄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물류센터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창고로 활용해 배송하지만, 자산 유동화로 매장 수를 줄이고 있으니 오히려 이익이 나기보단 배송 인력과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만 늘 수 있다”면서 “점포는 이마트가 훨씬 많고, 신선도는 CA(Controlled Atmosphere·기체제어) 저장고를 따라가지 못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접근성에서도 이마트 쓱닷컴과 롯데온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도 “이마트나 롯데마트는 CA 저장고를 설치했기에 직매입해서 오래 보관해두고 파니까 마진이 나는데, 홈플러스는 그런 인프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온라인 배송을 제일 먼저 시도했지만 MBK 인수 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더 투자하지 않았다”며 “엑시트 방법은 땅을 파는 것뿐인데 이것만으로는 홈플러스를 산 금액에 크게 못 미친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새 성장 모멘텀 부재에 대표이사 공석까지 길어지며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와 대전여성단체연합, 홈플러스 탄방·둔산 입점 업주대책위 등 대전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10월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연합뉴스
#생존의 열쇠는 결국 ‘차별화’
오프라인 매장도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 노브랜드와 피코크처럼 오프라인에서 고객들이 찾을 만한 특화 상품을 만들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며 “특화된 제품 및 서비스, 체험형 놀거리를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홈플러스는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오너십의 부재가 거론된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이기에 사업적 측면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투자하기보단 재무구조를 개선해 엑시트하는 데 목적이 쏠려있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MBK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3월 16일 예비 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군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는데, 롯데와 신세계,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이 IM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인수 의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홈플러스의 약점으로 꼽히는 온라인 부문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지만, 양사의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온라인 사업에 고전하고 있으니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사업 전략 등 정보를 얻기 위한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여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홈플러스의 과제는 차별성 확보로 귀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산업은 매력을 상실했기에 상품 구색 등이 아닌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결제나 배송 방식 등 기존 업계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