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김하성은 스프링캠프에서 열리는 연습경기에 나서는 등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김하성 “어느 포지션을 맡든 그 포지션에 최선”
3월 2일(한국시간)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3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1루로 출루한 김하성이 컵스의 1루수 앤서니 리조와 처음 대면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잠시 후 앤서니 리조가 주루 플레이를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김하성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자 리조가 활짝 미소 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중에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김하성의 화상 인터뷰 때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김하성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냥 일상적인 얘기였다. 리조가 여기 잘 왔다고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알고 있는 선수가 있다며 친근하게 이야기했다.”
김하성은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듯했다. 샌디에이고 훈련장은 물론 더그아웃에서도 동료 선수들과 통역 없이 자주 대화를 나눴다. 평소 영어를 공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공부한 게 아니고 한국에 있을 때 통역의 도움을 받으며 외국인 선수들과 많이 대화를 나눈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자신의 상황을 배려해 쉬운 영어를 몸짓까지 섞어 가며 말해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게 되면서 그가 앞으로 맡게 될 수비 포지션은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내야 전 포지션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김하성이 주로 맡게 될 포지션이 2루수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시범경기 초반 두 경기는 2루수가 아닌 유격수와 3루수 출전이었다(5일 텍사스전에서 김하성은 처음으로 2루수로 출전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골든글러브를 3년 연속 수상한 유격수였다. 3루 경험이 있지만 ‘본업’은 아니었다.
감독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김하성은 지명타자로 출전한 첫 시범경기를 제외하고 유격수와 3루수로 출전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김하성은 “수비는 내가 골라서 나가는 게 아니라 라인업에 따라 나갈 뿐이다. 어느 포지션을 맡든 그 포지션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의 김하성은 타격보다 수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샌디에이고에는 지난 시즌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올해의 코치’ 수상자 바비 디커슨이 있다. 볼티모어 시절 어린 나이의 매니 마차도를 메이저리그 정상급 3루수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디커슨 코치는 내야 수비수들을 전담하며 특히 김하성에게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수비 훈련을 이끌어간다. 김하성은 디커슨 코치와의 훈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좋은 훈련이 많은 것 같다. 스텝이나 몸의 움직임, 핸들링 등 여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바비 디커슨 코치가 신경을 많이 써줘서 더욱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강속구 공략법’이다. 대부분 투수들이 시속 95마일(153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KBO리그에서 강속구에 덜 노출된 선수라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하성은 히어로즈 시절 빠른 공에 약점을 보였다. 누구보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김하성은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투수들의 공이 한국보다 빠른 것은 사실이다. 오늘(4일, 밀워키전) 경기만 봐도 선발부터 시속 95~98마일(152~157km)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다. 못 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계속 타석에 들어서면 조금씩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중점을 둔다. 모두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인 만큼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시범경기 시작 후 한두 경기를 제외하고 김하성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구단에서는 그를 다양한 포지션에 서게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그의 자리는 2루수다.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연수 중인 염경엽 감독은 “김하성 포지션의 메인은 2루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초청 선수로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양현종은 “보직은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장및빛 전망’ 양현종 “목표는 메이저리그 마운드”
텍사스 레인저스의 서프라이즈 훈련장에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40명과 34명의 초청 선수가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현종도 초청 선수 34명 중 1명이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뒤늦게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했지만 현재까지 양현종에 대한 구단의 평가는 물론 현지 매체들의 기대가 점차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서는 양현종이 개막전 출전 선수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KBO리그에서 이닝이터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오랫동안 성공한 선수로 자리매김한 부분들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직은(3월 5일 현재) 시범경기 등판도 이뤄지지 않아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시범경기가 마무리 될 즈음에 양현종의 이름이 빅리그 로스터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그 매체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 양현종은 텍사스 구단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양현종은 2월 24일 텍사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2월 6일, 3월 1일 두 차례 불펜 피칭을 소화했고, 3일 만인 3월 4일 라이브피칭을 통해 실전 등판 전 구위를 점검했다. 첫 번째 불펜피칭에서는 공 끝이 밋밋하고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번째 불펜피칭부터 훨씬 안정감 있는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라이브피칭. 4일 이뤄진 라이브피칭에서 양현종은 모두 25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이며 실전 경기 준비를 이어갔다.
양현종은 이전 현지 취재진과 가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설명했다.
“보직은 크게 상관없다. 내 목표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다. 야구 인생을 걸고 마지막 도전을 선택한 만큼 후회는 없다.”
양현종이 캠프 합류했을 때부터 가장 가까이서 양현종을 돕고 있는 덕 매티스 코치는 화상 인터뷰에서 양현종에 대해 “공도, 마운드도, 흙도 다 다르다. 그는 지난주 미국에 왔고 아직 초반이다. 새로운 팀에 편해져야 한다. 다행히 성격이 좋아 보인다. 많이 웃더라. 여전히 그에 대해 더 알아가야 하겠지만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티스 코치는 양현종을 가리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패스트볼 커맨드가 좋고, 여러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공인구. 매티스 코치는 양현종이 공을 던질 때만이 아니라 항상 공을 들고 다니며 친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숙소에서도 공을 놓지 않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양현종을 실제 걸어 다닐 때나 러닝 할 때도 항상 공을 들고 다닌다. 메이저리그 공이 미끄럽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양현종은 이전 화상 인터뷰에서 “앞으로 공 핑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현종의 시범경기 등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단에서(3월 5일 현재) 아직까진 공식 발표를 안 하고 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양현종이 시범경기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