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간판이다 중국 귀화를 선택한 린샤오쥔. 사진=연합뉴스
3월 6일 임효준의 소속사 브리온컴퍼니는 “임효준이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면서 “중국 귀화는 아직 한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어려움과 아쉬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했다. 이제는 임효준이 아닌 리샤오쥔으로 새 출발을 하는 그다.
린샤오쥔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린샤오쥔이 한국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린샤오쥔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소속이던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 훈련 중 대표팀 후배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린샤오쥔에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린샤오쥔은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동료 선수에 시도한 장난이나 이에 대한 동료 선수 반응과 분리해 오로지 피고인(린샤오쥔)이 반바지를 잡아당긴 행위만 놓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린샤오쥔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황에서 귀화를 선택했다. 린샤오쥔 입장에선 대법원 판결이 적지않은 심적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빙상계 전언이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경우, 자격정지 1년 징계가 다시 시작돼 2022년 열릴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무산되는 까닭이다.
브리온 컴퍼니는 “(린샤오쥔) 사건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이 다시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라면서 “재판과 빙상연맹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효준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이어 브리온 컴퍼니는 “한 젊은 빙상인이 빙판 위에 서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결정이니 사실과 다른 억측이나 지나친 인격 모독성 비난은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빅토르 안.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은 국제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귀화를 통한 ‘엑소더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른바 ‘빙상 한류’다. 다른 나라에선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출신 인력을 수급하는 데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한국 빙상 카르텔에 못 이겨 러시아 귀화를 결정한 사례가 있다. 당시 러시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빅토르 안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가운데 개최국인 중국 역시 러시아처럼 한국 피 수혈에 힘쏟고 있다. 김선태 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총감독이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으로 건너갔다. 평창 올림픽 당시 한국 쇼트트랙 총감독 직을 수행했던 김 감독은 2018년 1월 불거진 ‘심석희 폭행 사건’의 관리 책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 역시 2020년 8월부터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로 일하고 있다. 감독과 코치에 한국 출신을 영입한 중국은 린샤오쥔 귀화로 ‘수혈’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린샤오쥔은 올림픽 출전을 위한 ‘중국몽(차이나 드림)’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빅토르 안 사례와 달리 린샤오쥔을 향한 동정 여론은 적다. 린샤오쥔 귀화 이면 결정적인 원인이 빙상계 내부적 잡음보다는 개인의 ‘강제추행 논란’인 까닭이다. 여기다 빙상에서 한국의 오랜 맞수인 중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는 점이 여론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3월 7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임효준이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빙상계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행을 선택했다”면서 “귀화 결정을 내린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써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중국행을 결정한 행동엔 여론을 설득할 만한 명분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