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하수도관·맨홀 입찰에서 담합한 4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공정위는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을 통해 조달청과 민간 건설사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한 입찰 과정을 들여다봤고,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4개사가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담합 규모는 65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조달청과 민간 건설사가 실시한 입찰이 각각 268건, 19건이다.
4개사는 2~3개월 주기로 향후 발주가 예상되는 입찰에 대해 각 사의 영업 기여도와 관심 분야 등을 고려해 낙찰자를 정했다. 이후 각 입찰이 발주되면 투찰가를 합의해 입찰에 참가했다.
공정위는 “조달청의 관급 입찰 268건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한국화이바가 주도적으로 낙찰자를 정한 후에 한국폴리텍, 화인텍콤포지트가 구체적인 투찰가 합의 과정에 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민간 건설사의 사급 입찰 19건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한국화이바 2개사만 낙찰자와 투찰가를 합의해 입찰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 내용대로 입찰에 참여한 결과 모든 입찰에서 사전에 결정한 낙찰 예정자가 낙찰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담합 배경으로 경쟁 심화를 꼽았다. 당초 국내에서 한국화이바가 유리섬유 등을 소재로 한 하수도관 및 맨홀을 개발·제조했다. 2010년대부터는 같은 품목을 제조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단가 하락 등으로 이익이 감소하게 됐다. 이에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화이바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도로 2011년부터 입찰 담합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 통해 공공 조달 분야의 입찰 시장을 상시 감시하고, 담합 징후가 확인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