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3조 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대한항공은 지난 4~5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3조 315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에 모집액의 약 104.85%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고 8일 밝혔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청약률은 80%대였으나 기존 주주들이 초과 청약에 나서면서 100%를 넘겼다. 1만 9100원인 신주 발행가가 지금의 주가(5일 종가 기준 2만 7700원)보다 30% 이상 낮아 기존 주주들이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가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 상승세가 이어져 1만 4400원이었던 신주 발행 가격이 32%가량 더 높게 조정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2조 5000억 원의 자금 조달을 관측했으나 이보다 8000억 원가량 더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1조 4999억 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1조 8159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쓴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674.1%로, 금융리스 8712억 원, 항공기 담보부 차입 1815억 원, 회사채 5202억 원, 영구채 3800억 원 등 4~12월 만기도래하는 차임금이 1조 9528억 원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와 잠정 합의한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협상이 끝나면 추가로 5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정부 지원이 절실한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대한항공은 대규모 부채 상환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눈앞의 유동성 위기에선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항공사 매출의 핵심인 여객 수송이 올해에도 회복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오는 6월 인수가 마무리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기회이자 부담이다.
인수 이후 두 회사의 부채비율은 927%로, 대한항공 단독 기준 대비 234.1%포인트 늘어나고 유상증자로 부채를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는 5조 2000억 원으로 치솟는다.
지난해 대비 높은 항공유 가격과 낮은 화물 운임은 대한항공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유는 배럴당 69.98달러로 1년 전보다 19.9% 올랐다.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해 12월 1㎏당 7.5달러에서 1월 6.43달러로 떨어지며 감소하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화물 수송 사업으로 흑자를 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