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4 우승자 캐리 언더우드. 로이터/뉴시스 |
우리나라에 <슈퍼스타 K>가 있다면 미국에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이 있다. 이미 시즌 9까지 마친 대선배격으로 2002년부터 미국 내 TV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오락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무명의 가수 지망생들을 실력 있는 가수로 키운다는 기본 진행 방식은 <슈퍼스타 K>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은 있다. 우선 100% 시청자들의 전화와 문자 투표만으로 결과를 가린다는 점, 그리고 <슈퍼스타 K>의 우승 상금이 2억 원인 데 반해 <아메리칸 아이돌>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0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0원’에서 시작해서 우승자들이 그 후에 벌어들이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일단 우승만 하면 그야말로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어떤 프로그램이며, 꿈의 무대를 통해 인생역전을 이룬 미국판 슈퍼스타들은 누가 있는지 살펴봤다.
2002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평균 240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던 폭스 TV의 <아메리칸 아이돌>은 지난 5월 시즌 9을 마쳤으며, 현재 시즌 10의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연령은 16~28세로 제한되어 있으며, 각 지역별로 예선을 거쳐 통과한 사람만이 일명 ‘할리우드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본선은 ‘할리우드 오디션’을 통과한 24명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며,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11주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우승 상금은 놀랍게도 0원이다. 대신 메이저 음반회사와 7년 동안 최대 6장의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음반 계약을 체결하며, 자동적으로 <아메리칸 아이돌>의 ‘19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활동하게 된다.
비록 우승 상금은 없지만 일단 쇼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만 하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우승자들의 경우 보통 쇼가 끝난 후 첫해에만 최소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준우승자를 비롯한 톱 10 진출자들 역시 쇼가 끝난 후 미 전역을 돌면서 펼쳐지는 ‘아메리칸 아이돌 투어’의 출연료를 통해 수십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된다.
가령 시즌 8의 우승자였던 크리스 알렌의 경우에는 우승한 직후 최소 65만 달러(약 73억 원)를 벌어 단숨에 억만장자가 됐다.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에 새로 개장한 ‘아메리칸 아이돌 익스피어리언스’ 어트랙션을 홍보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를 받았는데, 홍보라고 해봤자 우승 직후 카메라를 향해 “난 디즈니 월드로 간다!”라고 소리쳐주는 것이 전부였다. 또한 어트랙션 이용법 촬영 및 더빙 녹음으로 10만 달러를 추가로 받았으며, 3년 동안 ‘19 엔터테인먼트’가 캐릭터를 독점으로 판매해도 좋다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더 받았다.
물론 우승자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2위였던 애덤 램버트의 경우에도 디즈니 월드와 5만 달러(약 5600만 원), 그리고 캐릭터 독점 계약 조건으로 7만 5000달러(약 8400만 원)를 받았으며, 나머지 톱 5 진출자들도 디즈니와 ‘19 매니지먼트’로부터 각각 5만 달러씩을 받았다.
하지만 진정한 대박은 음반을 발매한 후에 비로소 터진다. 우승자의 경우 첫 번째 음반을 발매할 때 받는 계약금은 35만 달러(약 4억 원), 준우승자는 30만 달러(약 3억 4000만 원)다. 단, 1집 앨범의 판매 수익은 전부 음반회사의 몫이며 가수들은 계약금 외에는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2집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2집 앨범부터는 계약금 액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며, 가수들도 앨범 판매 수익 중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2집 계약금은 1집 앨범 성공 여부에 따라서 적게는 27만 5000달러(약 3억 원)에서 많게는 55만 달러(약 6억 원)까지, 그리고 3집 앨범은 최대 65만 달러(약 7억 3000만 원), 4집은 최대 75만 달러(약 8억 4000만 원), 5집은 최대 90만 달러(약 10억 원)까지 각각 계약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6집 앨범을 발매할 때에는 최고 100만 달러(약 1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돌’ 출신 중에 6집 앨범까지 낸 경우는 없으며, 시즌 1의 우승자인 켈리 클락슨이 현재 5집 준비 중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이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승을 해도 생각보다 앨범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혹은 준우승자보다도 못할 때도 간혹 있으며, 얼마 못 가 아예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알렌의 경우 우승자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앨범이 23만 장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 굴욕을 당했던 반면, 준우승자였던 애덤 램버트는 이보다 많은 44만 장 이상을 팔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 해도 둘 모두 예전 우승자들이 데뷔 앨범을 수백만 장씩 팔아 치웠던 성적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는 사실 출연자들의 실력 차이라기보다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인기가 차츰 수그러들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워낙 프로그램이 오래 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데다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넘쳐 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메리칸 아이돌>이 앞으로도 계속 스타들을 배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은 시즌 9의 우승자인 리 드와이즈가 시즌 8 우승자보다 아마 더 못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아메리칸 아이돌> 심사위원들. 맨 왼쪽 사이언 코웰은 독설도 마다않는 심사평을 했다. |
하지만 이에 대해 음반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 음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비단 ‘아이돌’ 출신 가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CD를 구입하기보다는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음반 시장이 변화된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계속 떨어지는 시청률도 문제다. 실제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청자 수는 2006년 평균 3100만 명이라는 최고 기록을 세운 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시즌 9의 시청자 수는 2006년에 비해 9%가량 떨어진 회당 평균 2390만 명에 머물렀으며, 지난 5월에는 레이디 가가의 특별 출연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인 175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시즌 9 도중 ABC 방송의 경쟁 프로그램인 <스타와 함께 춤을>에게 시청률 1위 자리를 빼앗기면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렇게 <아메리칸 아이돌>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진행 방식의 ‘식상함’을 꼽았다.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방식이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마이클 슬레자크는 “현명한 제작진이라면 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9을 마지막으로 터줏대감 심사위원이었던 사이먼 코웰이 하차하면서 과연 시즌 10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지도 관심사다. 거침없는 독설가이자 프로그램의 간판 스타였던 그가 경쟁 프로그램이 될 <엑스 팩터>로 떠나자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태.
따라서 시즌 10에 새로 심사위원으로 영입한 제니퍼 로페즈와 스티븐 타일러가 과연 얼마나 제 역할을 해줄지, 그리고 제작진들이 얼마나 더 참신한 얼굴과 실력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해낼지에 프로그램의 운명이 달려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최근 1년 수입 톱10
언더우드 150억 쓸어담아
미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번 출연자’들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9년 6월~2010년 5월까지 앨범 판매, 콘서트, 광고 모델, 영화 및 TV 방송 출연, 브로드웨이 출연료 등을 합친 액수다.
1위: 캐리 언더우드(27)
지난해 1위였던 켈리 클락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캐리 언더우드는 시즌 4의 우승자이자 컨트리송 가수다. 그래미상 4개, 빌보드 뮤직 어워드 14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5개 등을 수상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가수이며, 대학 시절 미인 대회 수상자인 만큼 눈에 띄는 외모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 96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으며, 1년 동안 무려 1300만 달러(약 150억 원)를 벌었다.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인 마이크 피셔와 결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위: 켈리 클락슨(28)
시즌 1의 우승자인 켈리 클락슨이 1170만 달러(약 130억 원)를 벌어 2위를 차지했다. <슈퍼스타 K2> 대구 지역 예선의 깜짝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예쁘장한 외모와 힘 있는 가창력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최고의 신데렐라다. 역대 우승자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우승 후 지금까지 발매한 네 장의 앨범 판매량만 1060만 장에 달하며, 음원 다운로드 횟수는 1600만 회를 넘어섰다.
3위: 크리스 도트리(31)
1020만 달러(약 114억 원)를 벌면서 3위를 기록한 크리스 도트리는 시즌 5의 우승자였던 테일러 힉스(34)보다 더 성공한 경우다. 톱4에서 탈락했던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방송이 끝난 후부터였다. 우승자인 힉스의 데뷔 앨범이 70만 장밖에 팔리지 않은 데 비해 그의 1집 앨범은 460만 장 이상이 팔려 엄청난 대조를 이루었다.
4위: 켈리 피클러(24)
시즌 5의 켈리 피클러가 760만 달러(약 85억 원)를 벌면서 4위를 차지했다. 톱6까지 들었다가 탈락했지만 그 후에 더 유명해지면서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돌 출신 가수’가 됐다. 누구보다도 콘서트를 가장 많이 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100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데뷔 앨범 판매량 역시 우승자인 힉스보다 많은 130만 장 이상을 기록했다.
5위: 조딘 스팍스(21)
시즌 6의 우승자이자 역대 최연소 우승자였던 조딘 스팍스(21)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연 당시 17세의 여고생에 불과했다. 고교 시절 같은 반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충격에 빠져 자퇴해 미혼모가 됐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2007년 발매한 데뷔 앨범은 200만 장 이상이 팔렸으며, 2008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1년 동안 370만 달러(약 41억 원)를 벌어 5위를 차지했다.
6위: 제니퍼 허드슨(29)
지난해 <포브스> 순위에서 2위였지만 6위로 급하락한 제니퍼 허드슨은 350만 달러(약 39억 원)를 벌었다. 시즌 3 도전 당시에는 7위에 그쳤지만 가장 성공한 아이돌 출신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연자들 중 유일하게 연기에 도전해서 성공했으며, 2006년에는 <드림걸스>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같은 해 발매했던 데뷔 앨범 <드림걸스>는 80만 장이 팔렸고, 빌보드 차트 2위에까지 올랐다.
7위: 데이비드 쿡(28)
2008년 시즌 7의 우승자인 데이비드 쿡은 첫 번째 싱글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가 빌보드 차트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발표한 데뷔 앨범 <데이비드 쿡>은 100만 장 이상이 팔리면서 플래티넘을 기록했으며, 잘생긴 외모로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지난해 280만 달러(약 31억 원)를 벌었다.
8위: 데이비드 아출레타(20)
시즌 7의 준우승자였던 데이비드 아출레타 역시 220만 달러(약 24억 원)를 벌었으며, 방송 출연 이후 모두 1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실력파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데뷔 앨범이 빌보트 차트 2위까지 올랐으며, 귀여운 외모 덕분에 트위터 팔로어 수가 37만 명을 넘고 있다.
9위: 클레이 에이킨(32)
시즌 2의 준우승자인 클레이 에이킨은 데뷔 당시 300만 장 이상의 앨범이 팔리면서 당시 우승자였던 루벤 스터다드의 앨범 판매량을 추월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 진출해서 뮤지컬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회고록을 출간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성형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등 여러 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만 달러(약 22억 원)를 벌어 9위에 올랐다.
10위: 크리스 알렌(25)
170만 달러(약 19억 원)를 번 크리스 알렌은 시즌 8의 우승자다. 비록 준우승자인 애덤 램버트에 비해 음반 판매량은 떨어지지만 순회공연과 라스베이거스 공연 및 포드 광고 계약 등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최초의 유부남 우승자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