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쓰촨성 지진 발생 2주년을 맞아 중국 원촨현에서는 열린 지진 희생자 추모 행렬. EPA/연합뉴스 |
사실 지리적인 특성상 중국에서는 예부터 크고 작은 지진, 태풍, 홍수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1975년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7.0의 강진으로 2000명이 사망했다. 또한 1976년에는 허베이성 탕산에서 진도 7.5의 강진으로 25만 5000명이, 그리고 2006년 여름에는 총 여섯 차례의 태풍이 발생해 30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천재지변이 잦은 탓일까. 중국인들에게 자연재해는 말 그대로 ‘자연’의 재해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연재해를 ‘하늘의 계시’라고 여기는 중국인들이 많다. 다시 말해서 대지진이나 홍수 등이 발생하는 것은 무력하고 부패한 정권이나 권력을 심판하는 하늘의 뜻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독일의 시사주간 <포쿠스>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만연하고 있는 이런 미신적인 믿음을 중국 지도부들이 간과하지 않고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지도자가 하늘로부터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여기며 동요하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각별히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중국인들에게 ‘8’은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다. 올림픽 개막일을 8월 8일로 조정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8’을 좋아한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쓰촨성 지진이 발생하자 중국인들은 동요했다. 하필이면 지진 규모가 8.0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불길한 징후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는 서둘러 수습책을 마련했다.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의 구호작업과 신속하고 재빠른 구조작업이 이루어졌다. 또한 이례적으로 국제언론 및 국제구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민심을 달랬다.
칭하이성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민의 90%가 티베트족인 위수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중국 지도부는 부랴부랴 대규모 군대를 동원해서 구호작업을 펼쳤다. 그렇지 않아도 티베트족 자치구에 대한 무력진압으로 민심이 흉흉해져 있는 마당에 행여 대지진이 신의 뜻이라고 여기는 여론이 확산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1976년 탕산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많은 중국인들은 당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이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지진이 ‘대약진 운동’ 등 무리한 경제정책으로 수만 명을 굶어 죽게 한 마오를 심판하는 하늘의 뜻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마오는 지진이 발생한 후 6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