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강판의 미얀마 사업 살펴보니
포스코강판의 모태는 1988년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포항도금강판주식회사로 1998년 포스코가 동국제강 지분을 인수하면서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됐다. 포스코강판의 주요 제품은 알루미늄도금강판, 아연도금강판 등으로 최근에는 컬러강판 생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 측 기업과 협력 관계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외적 이미지마저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일요신문DB
포스코강판은 2013년 미얀마에 컬러강판 제조업체 미얀마포스코C&C를 설립하면서 현지에 진출했다. 미얀마포스코C&C는 현재 미얀마 양곤의 공장에서 연 5만 톤(t) 규모의 컬러강판을 생산 중이다. 2019년에는 포스코강판이 아연도금강판 제조업체인 미얀마포스코스틸 지분 70%를 포스코로부터 인수했다.
이어 2020년 12월, 포스코강판은 미얀마포스코스틸의 영업자산과 부채를 미얀마포스코C&C에 현물출자한 후 청산시켰다. 미얀마 관련 사업을 미얀마포스코C&C로 일원화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포스코C&C는 2020년 매출 314억 원, 순이익 2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미얀마포스코스틸도 청산 전까지 매출 57억 원, 순이익 7억 원을 거둬 포스코강판 실적에 기여했다.
문제는 미얀마포스코C&C의 지분 30%를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산 전 미얀마포스코스틸의 지분 30%도 MEHL 소유였다. MEHL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으로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MEHL이 1991년부터 20년간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070억 미얀마 짯(kyat, 약 180억 달러) 이상이다. 이 중 950억 미얀마 짯(약 160억 달러)이 군부대에 송금됐다는 것이 엠네스티의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MEHL 등 미얀마 회사 4곳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미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수출관리규정에 따라 미얀마 군부가 무역으로 이익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포스코강판 “사업관계 재검토도 고려 중”
글로벌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강판의 미얀마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마크 더멧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은 “MEHL의 사업 파트너들에게는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으며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방·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MEHL이 자사 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 파트너들은 MEHL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책임감 있게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강판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녹색당은 “미얀마 군부 기업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등 미얀마 투자 전반에 대한 검토·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2일에는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과 기후행동단체 청년기후긴급행동이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를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들은 포스코강판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MEHL과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포스코강판이 국제사회에서 받는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담배 회사 RMHS는 MEHL과의 합작법인 VTCL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린맥주로 유명한 일본 기린홀딩스도 “이런 상황에서는 MEHL과의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을 종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시민선언 회원들이 지난 2월 5일 미얀마 대사관 인근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포스코강판도 MEHL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미얀마에 1050만 달러(약 120억 원)나 투자한 만큼 미얀마 철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포스코C&C 공장은 포스코강판의 첫 해외공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2017년까지만 MEHL에 배당을 지급했고, 이후로는 배당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배당 지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MEHL에 통보했다”며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면 사업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계시민선언은 “배당금 지급 중단은 군부와의 결탁관계를 청산했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는 2017년 이후 나온 포스코강판의 2018년 사업보고서는 MEHL을 합작 파트너로 명시하고,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반박했다.
포스코강판이 비판을 감수하고 MEHL과의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올해 미얀마 관련 실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얀마포스코C&C가 위치한 양곤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곳 중 하나다. 미얀마 노동조합 연합이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미얀마 경제 상황도 정상적이지 않다. 포스코강판 관계자는 “공장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고, 아직까지 수치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현지 고객사에 문제가 발생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군부 연루 의혹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식량, 부동산, 가스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 사업 관련 지분 51%를 갖고 있고, 미얀마국영석유회사(MOGE)가 15%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은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인도국영가스회사(GAIL), 한국가스공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군부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지난 3월 3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천연가스 추출에 따른 이윤의 일정금액을 군부 통제 하에 있는 국영기업에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군부와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얀마 국영기업이 지분 투자를 했을 뿐이지 군부 측 기업과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MOGE 같은 국영기업의 돈은 내무부 등 정부기관으로 들어가고, 군부에 자금이 직접 가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얀마 가스전 사업 수익 일부가 군부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정부기구 미얀마에정의를(Justice for Myanmar)은 “최근 미얀마 군부가 MOGE와 다른 정부 기관들을 군부 통제 하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위가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 안정적인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가스전의 지리적 위치, 군부에 의한 인위적 제약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미얀마의 정세 변화, 공항 폐쇄 등에 따른 가스전 운영인원의 이동 제약과 가스전 가동 차질 여부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당장 사업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켜봐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 안전이므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