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in’은 청량한 곡 분위기와 상반되는 콘셉트와 안무로 대중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Rollin’은 발매 당시에 곡의 청량한 분위기와 상반되는 콘셉트와 안무 탓으로 많은 대중들의 한탄을 불러일으켰는데요, 특히 의자 위에서 추는 안무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활동할 땐 혹시 콘셉트나 안무 변경이 있을까요?
유나: 사실 ‘Rollin’ 역주행 이유가 장병 여러분 덕분이잖아요. 그분들이 재밌게 가오리 춤도 춰주시고 너무 좋아해주셔서 그대로 콘셉트는 유지하되, 노래에 맞게 청량한 느낌으로 바꿔서 나올 예정입니다.
유정: 의자 춤은, 들어간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웃음).
민영: 의자 안무는 기반으로 가져갈 생각입니다(웃음). 사실 위험성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셔서 팬 분들이 저희 안전을 많이 걱정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특징은 살리되 위험한 부분은 변경을 하는 걸로 할 생각이에요.
―대표님도 이번 역주행에서 대중들이 콘셉트를 지적하는 댓글을 보시고 (콘셉트 선정을) 조금 후회하셨을 것 같은데.
유정: 사실 대표님이 내색을 잘 하시는 분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러시지 않을까요(웃음). 그런데 저는 반대로 생각하는 게, 오히려 저희가 그런 콘셉트로 나왔기 때문에 댓글도 더 달리고, ‘안타깝고 아쉽다. 그래서 이들을 도와주자!’ 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금 돌아서 왔지만 그래도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라서 아마 대표님도 그렇게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레이브걸스의 ‘Rollin’ 역주행 이전의 상황은 그룹의 존폐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암울했다고 멤버들은 회상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조금 어두운 얘기가 될 수 있지만 ‘Rollin’의 역주행 이전 상황으로 잠깐 돌아가 볼게요. 2020년 8월 14일 디지털 싱글 ‘운전만 해’ 이후로는 큰 활동이 없어서 사실상 잠정 해체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정확히 어땠나요?
은지: ‘운전만 해’ 앨범이 나오기까지 3년 5개월이 걸렸어요. 그때도 공백기가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생활도 힘들고 그랬지만 회사에 매일 나오면서 ‘우리 이거만 하고 버텨 보자, 좀 더 노력해 보자’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운전만 해’도 사실 잘 안 돼서 저희가 또 다시 슬럼프에 빠져 있었어요. 우리가 다들 나이도 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각자 조금씩 자기 살길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지금의 상황이 더 믿겨지지 않고 값지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역주행 이후에 새롭게 유입된 팬들의 좌충우돌 ‘덕질’도 요즘 여러 곳에서 이슈인데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브레이브걸스 갤러리’의 아재 팬들이 처음 덕질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에피소드가 대중들에게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소비되고 있어요. 음원 스트리밍을 공기계로 해야 한다는데 대포폰을 사면 되냐고 물어본다든지, 커피차나 도시락 조공을 보내고 싶은데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소속사에 보내면 되냐고 한다든지.
유정: 저희끼리도 팬 분들이 그런 이슈를 보내주시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거 보면서 웃어요(웃음). 귀엽고 웃기고… 아예 그런 커뮤니티에서 돌아가는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일단 너무너무 그런 노력들에 감사드리고, 그런데 전혀 기죽으실 필요 없어요. 왜냐면 저희도 (팬 문화를)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사촌동생이나 친동생들한테 물어봐요. 똑같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기죽으실 필요 없고요, 저희랑 같이 배우시면 됩니다! 진짜 넷 중에 누구 하나는 알아야 되는데 넷 다 몰라요(웃음). 저희도 속성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까 여러분 절대 기죽지 마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Rollin’ 역주행 이후의 활동 계획도 궁금한데요.
민영: 차트 진입 이후로 정말 말도 안 되게 스케줄이 엄청 들어오고 있어요. 일단 ‘Rollin’이라는 곡이 역주행해서 음악방송에 설 수 있게 기회가 생겨서 들어오는 스케줄을 힘닿는 데까지 하려고 해요. 그리고 저희가 한 번도 못해 본 예능 섭외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각종 예능에서 저희의 매력을 보여드리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좀 지나면 여름이잖아요. 그런데 서머 퀸의 자리가 빈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올해 서머 퀸의 자리를 노려보고 싶은데 이번 활동이 끝나고 다음 앨범을 바로 준비해서 출격하고 싶습니다(웃음).
‘Rollin’으로 새롭게 ‘입덕’하며 처음으로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팬들의 시행착오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됐다. 사진=디시인사이드 브레이브걸스 갤러리 캡처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에게 하나의 희망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취업난과 코로나19의 여파로 힘들어 하던 1990년대생들은 브레이브걸스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언젠간 나도 저렇게 돼야지’라며 스스로를 응원하고 독려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같은 세대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응원의 말을 한 마디씩 해주세요.
은지: 이제까지 살아 보면서 저는 늘 엄청 힘들다가, 마지막에 진짜 죽을 것 같을 때 도와주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계속 힘들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달콤한 선물을 주시는 그런 경험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너무너무 힘들고, 이쪽 일을 정말 포기해야 되나 싶을 때,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이렇게 역주행이라는 선물이 온 거예요. 여러분들도 정말 무슨 일을 할 때 포기하지 마시고, 매사에 최선을 다 하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계신다면 언젠가 한 줄기 빛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정: 제가 인스타그램에 한 번 이런 글을 썼었어요. ‘진짜 나는 내 운을 다 한 것 같다’. 데뷔한 것까지도 그렇고 나이도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사회 생활하기 적은 나이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살면서 내 인생의 역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에 대한, 제 인생에 대한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까 내가 뭘 하든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하면 그거를 누군가는 바라봐 준다는 걸 느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때만큼은 즐기면서 하면, 적어도 나는 그걸 아니까요. 그런데 내가 그걸 알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걸 생각해서 다들 힘 내셨으면 좋겠어요. 제 DM(쪽지)에 너무 힘든 글들이 오는데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언니 저는 지금 삼수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인생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저는 재수를 안 했지만 대학을 8년 만에 졸업했거든요.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순간 잠깐 슬퍼하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좌절은 아닌 것 같아요. 좌절은 하지 마세요.
민영: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순간이 오는데 힘들었기 때문에 즐거움도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내가 하는 것에 희망이 있고 신념이 있으면, 그렇게 묵묵히 가다 보면 언젠가 저희가 그런 것처럼 좋은 날이 올 거예요. 항상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가 올 거란 걸 믿었기 때문에 저희 팀에 대해서도 언젠간 잘될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늘 ‘우리 좀만 더 해 보자, 우리 괜찮아 아직 빛을 못 봤을 뿐이야. 우리 하나하나 얼마나 매력 있어, 우리 잘할 수 있어’ 하고 얘기하면서, 그렇게 북돋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항상 힘든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용기를 잃지 마시고 꼭 원하는 바를 이루실 때까지 노력하시면 될 거예요. 저희도 많은 분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희망 돌’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나: ‘운전만 해’ 활동이 끝나고 슬럼프가 왔었어요. 내가 열심히 해도 잘 안 풀리는 게 괴로웠거든요. 제 뜻대로 안 되니까, 저도 ‘내가 이제 뭘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해 왔어요. 요즘 청년 실업이 심한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진짜 저희 세대가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도 다른 길이지만 겪어본 결과 그 우울함과 ‘왜 안 풀리지’ 이런 마음에서 계속 헤매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활기차게 뭐라도 해 보자 해서 운동을 했고, 책도 읽고 그랬어요. 그렇게 버티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렇게 제게 기회가 오더라고요. 물론 코로나19가 지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언젠간 좋은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고, 저희도 끝까지 응원할 테니 다들 파이팅하셨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