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사진=임준선 기자
LH가 9일 국회에 제출한 ‘LH 직원 광명시흥지구 토지거래 투기의혹 관련 현안보고’를 보면 2017년 8월 30일부터 2020년 2월 27일까지 LH직원 13명이 12개 필지를 100억 원대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흥에선 직원 10명이 8개 필지(1만 7995㎡)를 단독 혹은 공유 형태로 매입했고, 광명에선 3명이 4개 필지(8990㎡)를 사들였다.
적발된 직원 13명 가운데 8명이 과거 과천사업단 또는 과천의왕사업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명은 전북지역본부에서 일했는데, 이 중 한 명의 배우자가 과천사업단에서 근무했다. 이들 중에는 과천 개발 시기에 과천사업단장을 지낸 A 씨와 그의 배우자도 포함돼 있다.
과천은 앞서 과천지식정보타운을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하면서 토지 보상이 활발하게 일어난 곳이다. 적발된 직원 가운데 일부는 토지보상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었다. 이에 따라 근무 과정에서 사업지구 내 토지 소유주들에게 주는 법상 특례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이들이 인맥을 만들어 정보 교환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땅을 1000㎡ 이상 지닌 토지 소유주에게 현금 보상과 별도로 주는 토지 분양권, 즉 ‘협의양도인 택지’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과천을 비롯한 3기 신도시는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조성된다. 이 법에 따르면 협의양도인택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 협의양도인택지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협의에 응해준 토지주에게 단독주택용지를 감정가 수준으로 우선 공급하는 땅이다. 기존 택지개발에 적용되는 택지개발촉진법은 전매가 공급가격 이하로 제한되지만, 협의양도인택지는 1회에 한해 가격 제한 없이 전매가 가능해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13명 직원들의 직급은 부장급인 2급이 가장 높았다. 2급은 LH의 실무 인력 중 가장 고참급이다. 적발된 부장급 직원은 5명이다. 3급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4급은 1명이다. LH에선 직급별로 1~5급으로 나뉜다. 1급이 처장·실장·본부장·임원 등을 달 수 있는 최고 급수다. 2급은 부장, 3급은 차장, 4급은 과장, 5급은 대리다.
13명은 대부분 입사 후 30년이 넘어 정년 퇴직을 앞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입사연월이 빠른 직원이 1984년에 입사했다. 1989년 입사자는 5명, 1990년은 5명, 나머지 2명은 1992년, 2004년이다. LH는 과거 1990년을 전후해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LH는 현재 정부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8개 신도시 외에 다른 중요 택지도 포함해 11개 지구에 대해 자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명 시흥에서 땅 투기에 연루된 직원 중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직원에 대해선 정직, 해임, 파면 등 인사조치를 추진한다. 내부 직원의 토지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본인과 배우자, 직계비속의 땅거래는 신고를 받기로 했다. 임직원이 사업지 내 토지 등을 소유한 경우 실거주 목적의 보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대토보상이나 이주대책, 생활대책 보상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