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유튜버들도 신이 났다. 폭발적인 유튜브의 인기에 바둑을 주제로 한 유튜버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지만, 그동안 시선을 확 끌 만한 마땅한 콘텐츠가 보이지 않던 차에 양신(兩申)의 활약은 긴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웠다. 덕분에 조회수도 급증했다고 싱글벙글이다.
올해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포스코케미칼-수려한합천의 준플레이오프 전의 승자가 2위 한국물가정보와 플레이오프 3번기를 벌이며, 플레이오프 승리팀은 정규리그 1위 셀트리온과 챔피언결정전 3번기로 우승컵을 다툰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바둑 유튜버들이 주목하는 다음 흥행카드는 오는 17일부터 막을 올리는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이다. 셀트리온, 물가정보, 포스코케미칼, 수려한합천이 정규리그 1~4위를 차지해 최후의 우승컵에 도전한다. 올해 한국바둑리그 최강팀은 어디일지 판도를 분석해봤다.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2번기)→플레이오프(3번기)→챔피언결정전(3번기)’ 단계로 2004년 출범 이래 17번째 시즌의 우승팀을 가린다. 3위 포스코케미칼과 4위 수려한합천이 벌이는 준플레이오프는 3위가 어드밴티지를 받아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올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은 셀트리온이다. 신진서가 1지명으로 뛰는 그 팀이다. 그런데 올해 바둑리그에서는 신진서보다 2지명 원성진이 더 주목받았다. 원성진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14전 전승을 기록했다. 12승 2패의 신진서를 넘어서는 성적이다. 지난해 그의 성적이 7승 9패였음을 감안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다. 언론은 그런 그를 두고 ‘서른여섯의 기적’이란 타이틀을 붙여줬다. 20대 초반이 득세하는 바둑판에 모처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줬다는 찬사다(관련기사 서른여섯의 기적…‘원펀치’ 원성진 9단 14전 14승 전승 신화).
원성진의 미친(?) 활약 덕분에 셀트리온은 바둑리그 사상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전까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연패를 이룬 티브로드가 최강으로 꼽혔었다. 당시 티브로드는 3년간 박정환, 이동훈, 김승재, 강유택, 박민규로 3연패를 달성했었다.
셀트리온의 올해 구성은 신진서, 원성진, 조한승, 강승민, 금지우가 주전. 셀트리온은 랭킹 1위 신진서에 원성진, 조한승이 과거 1지명 경력이 있는 맹장들이니 기대를 했던 것인데 올해 제대로 터졌다. 여기에 또 하나, 2군이라 할 수 있는 퓨처스리그에서 금지우가 두각을 나타내 1군으로 올라왔으니 그야말로 금맥이 터졌다. 주전 5지명 이태현을 밀어내며 리그 후반 모습을 드러낸 금지우는 후반기에만 5승 1패를 기록하면서 팀의 정규리그 우승 추진력이 됐다.
정규리그 우승팀 셀트리온의 검토실 전경. 사진=한국기원 제공
2연패에 도전하는 물가정보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이다. LG배 우승의 신민준이 팀을 이끌고 2지명 강동윤 3지명 박하민 4지명 안정기 5지명 허영호까지 지난해 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확실한 한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고민거리.
신민준은 에이스로 손색이 없지만 들쭉날쭉한 전력이 걱정이고 3지명 박하민(8승 8패) 안정기와 허영호(7승 7패)는 그럭저럭 제몫은 해내고 있지만, 2지명 강동윤이 6승 8패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치명적이다. 강동윤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물가정보의 2연패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위 수려한합천은 박정환이 1지명으로 굳건하지만 박정환 다음이 문제다. 군에서 돌아온 5지명 강유택(9승 5패)의 막판 분전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은 따냈으나 강유택만으론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다. 2지명 박진솔, 3지명 윤준상, 4지명 송지훈이 정규리그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만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외로 정규리그 3위 포스코케미칼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안성문 바둑리그 전문기자가 특히 그렇다. 올해 바둑리그를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지켜본 그는 “단기전의 특성상 1~3지명 전원이 기세를 타고 있는 포스코가 일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포스코가 2위 물가정보를 제치고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강 셀트리온과 비교하면 냉정히 55 대 45 정도로 열세지만 변상일, 최철한, 이창석 트리오가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발휘했으며 4지명 박건호도 나쁘지 않아 충분히 일을 낼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포스코는 최강호와 김상천이 번갈아 나오는 5지명이 약한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승부를 앞에서 본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전력의 핵심 ‘변최이 트리오’를 전진배치해서 3-0으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나온다면 물가정보와 셀트리온이 어떤 오더를 내더라도 해볼 만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 변상일은 가장 최근 열린 대국에서 신진서를 꺾었고 ‘AI스타’ 이창석은 요즘 성적만 놓고 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전력이다. 정규리그에서 상대 팀이 3지명 이창석을 잡기 위해 1지명을 붙여야 하는지 고민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창석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최철한이 왕년의 스타라지만 그를 경시할 만한 기사는 아직 없을 것이라는 게 베테랑 기자의 날카로운 분석이다.
셀트리온, 물가정보, 포스코케미칼, 수려한합천이 펼치는 포스트시즌은 17일 막이 오를 예정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