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금속노조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64명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4월 1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되기 전 포스코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최 회장 등 임원 64명은 포스코의 대규모 자사주 매수 계획이 공개되기 전인 2020년 3월 12일부터 3월 27일까지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주식 총 1만 9209주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포스코 대부분의 임원이 모두 관여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며 “의사회 결의 직전 한 달 동안의 회사 내부자료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3월 12일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과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전중선 부사장이 포스코 주식 1000주를 매입하면서다. 다음날인 지난해 3월 13일에는 자사주 매입의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재무담당 임원이 300주를 매수했다.
회사의 재무담당 최고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지난해 3월 17일 최정우 회장도 615주를 매수했고, 3월 18일에는 장인화 사장이 500주를 매수하는 등 임원 총 64명이 지난해 3월 중 연이어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후 포스코 이사회가 2020년 4월 10일 1년간(2020년 4월 13일부터 2021년 4월 12일)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자 당일 포스코 주가는 1만 3500원 상승했다.
이 같은 의혹은 앞서 지난 2월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지적하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 주가가 오르는데, 이는 명백히 상법상 배임 및 내부자 거래,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최정우 회장은 “회사 차원의 매입은 사실이 아니”라며 “주가 급락에 따른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측은 입장 자료를 통해 “주가 저평가 해소 목적으로 장기 기관투자가들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긴급하게 임시이사회에 부의돼 결정된 사안”이라며 “당사 임원들의 주식 매입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구체적 의사결정은 전혀 이뤄진 바 없고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