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룸살롱 간판에 불이 켜졌다. 집합금지 명령에 경찰 특별단속으로 힘겨워하던 유흥업계는 2월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하향 조정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2월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룸살롱, 클럽 등의 유흥업소도 오후 10시까지 운영이 가능해졌다. 다만 방 1개당 최대 4인 입장, 춤추기 금지 등의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다시 룸살롱 간판에 불이 켜졌지만 ‘밤 10시까지 운영’이라는 조건이 룸살롱 입장에선 다소 치명적이다. 대개의 경우 룸살롱은 밤 9~10시 무렵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해 새벽시간까지 영업이 이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음식점 등에서 1차로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로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들이 많은 터라 접대여성들의 출근도 대부분 저녁 8~9시 사이에 이뤄졌다. 밤 10시까지만 운영이 가능하다면 한 룸당 한 팀 정도밖에 못 받는다. 그나마 룸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 룸살롱들은 대부분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미리 예약하면 4시부터 손님을 받는 곳도 있다. 다음은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의 설명이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룸살롱 운영이 금지돼 있던 시절부터 편법적으로 낮에 운영이 이뤄졌다. 아예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낮술을 하고 오후 1~2시에 룸살롱을 찾는 손님도 있었다. 접대 자리는 필요하고 밤에는 단속이 두려운 데다 늦게 귀가하는 것을 꺼리는 손님들이 많아 낮에 룸살롱을 찾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제는 합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밤 10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어 오후 5시부터 손님을 받는데 그 시간에 맞춰 예약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식사다. 지금까지는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1차를 갖고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는데, 오후 5~6시부터 룸살롱을 찾는 경우 식사도 룸살롱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룸살롱에서도 이미 다 대비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술자리 접대가 잦은 한 50대 사업가는 룸살롱 문화가 많이 달라져 요즘에는 홍어삼합까지 나오는 업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룸살롱에서 1, 2차를 모두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라면이나 김치찌개 정도를 끓여주는 수준이 아닌 고급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좋은 음식을 준비해 놓은 룸살롱들이 많다. 그렇게 차려진 저녁상에 고급 소주 등으로 1차를 하고, 양주를 마시는 2차까지 한 룸에서 모두 이뤄지는 방식이다. 2000년대 초중반 강남에서 요정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때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고급으로 분류되는 룸살롱은 정말 유명한 음식점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한번은 룸살롱에서 정말 맛있는 홍어삼합을 먹기도 했다. 그때 룸에 들어온 접대여성이 홍어삼합을 너무 좋아한다는데 전혀 먹지를 못하고 안타까워하더라.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하는 처지라 홍어삼합을 먹으면 입에서 계속 냄새가 날까봐 그런다고 했다. 술자리 끝나고 들은 얘긴데 그게 ‘2차를 가자’는 신호였다고 하더라. 오늘 자기가 더 이상 손님을 안 받아도 되게 해달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룸살롱이 밤 10시까지만 영업하는 합법 운영에 동참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인 2차 성매매는 급증 추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이처럼 문을 일찍 열고 가급적 밤 10시를 넘기지 않으며 최대한 합법적인 영업을 하려는 룸살롱이 많아지고 있지만 불법이 아예 근절된 것은 아니다. 룸살롱에서 접대여성이 근무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소위 말하는 2차를 나가면 성매매가 이뤄져 불법이다. 그런데 업소 영업이 밤 10시까지 가능한 관계로 2차가 되레 더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새벽에 룸살롱을 찾아 영업이 끝날 즈음에나 가능하던 ‘긴밤’ 2차도 이제는 밤 8~9시부터 가능하다. 과거에 비해 영업시간이 줄어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룸 수가 줄어든 접대여성들도 2차에 적극적이다. 아예 예약 받을 때 2차가 필수라는 조건을 거는 룸살롱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여전히 밤 10시가 되면 간판 불을 끄고 몰래 새벽까지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룸살롱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찰의 유흥업계 특별단속이 사실상 2월 초·중순에 중단되면서 단속 사례는 급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