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세를 얻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10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박은숙 기자
윤석열 전 총장은 대구와 인연이 있다. 그는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대구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를 지냈고 2013년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수사 외압 논란 후 2014년 인사 발령으로 대구고검 검사로 내려갔다. 사퇴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는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하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에 대해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구가 과연 윤석열 전 총장을 품을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장본인이니만큼 대구에서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다.
현실은 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영남일보와 KBS대구 의뢰로 지난 6일과 7일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이 51.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는 12월 영남일보 여론조사 결과인 36.1%와 비교해 1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2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13.6%), 3위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11.5%)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금 민주당이나 ‘친문(친문재인계)’은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 법치주의 파괴를 비판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저희 국민의힘과 방향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 당 일각에서 박근혜‧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일을 적폐청산이라고 해서 무리한 수사를 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전 총장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최준필 기자
TK(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큰데 유독 대구‧경북에 그 강도가 세다”며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대권주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결정적 인물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물론 그 부분에 대해 반발하는 의견도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정치 견해를 달리했던 보수진영 인물들도 이제는 다같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고 있다”며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지역 다른 의원도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 지지를 받았으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사람에 큰 효과가 없으니 새로운 인물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굉장히 강한데 우리 당 후보로는 승부가 잘 안 날 것 같으니 그 대체재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구에서 4선을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한때 당 대표에다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의원도 21대 총선 대구 수성구에서 당선된 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