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표적인 벤처 1세대-연예인 부부’ 가운데 한 명인 배우 이지은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이지은은 벤처 1세대인 이진성 전 인츠닷컴 대표와 결혼해 화제가 됐었는데 이들이 6년 전에 이혼했다는 소식이 이지은의 사망과 함께 뒤늦게 알려졌다.
이지은은 2000년 벤처 1세대인 이진성 전 인츠닷컴 대표와 결혼해 화제가 됐는데 이들이 6년 전에 이혼했다는 소식이 이지은의 사망과 함께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일요신문DB
이후 ‘며느리 삼국지’, ‘왕과비’, ‘세리가 돌아왔다’ 등의 드라마에도 출연했고 몇 편의 CF도 찍었다. 호세이대학교에서 일문학을 전공해 당시 연예계에선 일본어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지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짧게 활동한 이지은은 2000년 이후에는 연기 활동을 중단했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이진성 전 대표와 결혼이었다. 잘나가는 여배우와 벤처 열풍 주역의 결혼. 그러나 이후 외풍이 거셌다.
결혼 1년 뒤인 2001년 7월 득남하는 경사를 맞았지만 두 달 뒤인 9월 이 전 대표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 자금을 소진한 데 대한 경영책임을 지고 인츠닷컴을 떠났다. 게다가 인츠닷컴 새로운 경영진이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회사 자산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 받았는데 갚지 않았고 회사 공금 7억 6000여 만 원을 횡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2002년 3월 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그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이 전 대표의 구속과 유죄판결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들 부부의 파경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는 루머에 불과했다. 2003년 이지은은 강남에 어린이 전용 머리방 ‘지아모’를 오픈해 사업가로 변신했고, 이 전 대표 역시 강남에서 커피 판매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다시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2007년이다. 이들 부부가 3800만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는데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던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고액체납과의 전쟁-38세금기동팀’ 코너에서 방문한 고액체납자의 집이 바로 이들 부부의 집이었다.
이 즈음 이지은이 2008년 영화배우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다시 파경설이 불거졌지만 얼마 지나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영화계 컴백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3월 8일 오후 8시 무렵 서울시 중구 소재의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렇게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지은 이진성 부부가 이미 6년 전인 2015년 즈음 이혼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고인은 결혼 이듬해인 2001년에 태어난 아들과 함께 지내왔는데 아들이 군에 입대한 뒤에는 홀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유서도 없었고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경찰은 유족과 논의해 부검을 위한 영장을 신청했고, 10일 영장이 발부됐다.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이진성 전 대표는 2001년 9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 자금을 소진한 데 대한 경영책임을 지고 인츠닷컴을 떠났다. 2002년 3월 초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그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사진=일요신문DB
사실 여자 연예인과 결혼한 벤처 1세대 사업가들은 대부분 사업에 있어서 ‘명’이 아닌 ‘암’ 쪽으로 분류됐다. 이런 까닭에 2000년대 초중반 증권가에선 ‘여자 연예인과 결혼하거나 스캔들에 휘말린 CEO(최고경영자)의 벤처기업은 안 된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이진성 전 인츠닷컴 대표가 여기 해당되는데 다른 사례도 비슷하다.
여자 연예인과 벤처 1세대 커플 1호는 1996년 결혼한 배우 김희애와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한글과컴퓨터’ 창업주 이찬진 전 대표다. 사진은 1996년 결혼 발표 당시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여자 연예인과 벤처 1세대 1호 커플은 1996년에 결혼한 배우 김희애와 ‘한글과컴퓨터’ 창업주 이찬진 전 대표 부부다. 이 전 대표는 결혼 이후 인터넷 검색사이트 심마니,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네띠앙 등을 통해 한국 IT 시장을 선도했다. 또한 1997년에는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1번이던 이 전 대표는 이회창 대선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15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다. 그렇지만 1998년 5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다시 IT업계로 돌아갔다. 그리곤 1998년 한글과컴퓨터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경영권을 내놓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1999년 드림위즈를 설립해 재기에 성공한 이 전 대표는 KT 사외이사 등을 거쳐 2009년 터치커넥트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포티스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017년 사임했다.
2001년 결혼한 황현정 아나운서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의 결혼도 화제를 양산했다. 1995년 26세 나이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1997년 무료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을 론칭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다음카페’ 등을 선보이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포털서비스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1년 결혼한 황현정 아나운서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의 결혼도 화제를 양산했다. 사진=일요신문DB
그렇지만 후발주자 네이버에게 포털서비스 시장 선두자리를 내주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이 전 대표는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떠난다. 그 이후 벤처캐피탈 ‘소풍’을 설립해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투자자로 활동해왔다. 2018년 4월 쏘카 대표이사로 11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해 혁신 모빌리티시장 개척에 앞장서 왔지만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