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차장검사가 추미애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다면, 이성윤 지검장은 추 전 장관을 지지하며 밀어붙였다. 그 후 검찰개혁(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대해서도 조남관 차장은 반대 입장을 내는 등 문재인 정부보다는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때 친여권 검사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노선을 선택한 이들 가운데 누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될지, 아니면 둘 다 배제될지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2018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초창기 ‘신뢰하는 검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주목받았던 인물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좌천성 인사의 자리인 서울고검 검사로 있다가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간 뒤, 2018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문재인 정부 초창기 ‘신뢰받는 검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사실 조남관 차장의 영전은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조 차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게 화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던 검사들이 모두 침묵하거나 외면할 때 당시 광주지검 부장이었던 조남관 검사는 홀로 봉하마을에 조문을 다녀오고,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애도의 글도 올렸다. 그는 당시 글에서 “기차를 타기 전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집에 가만히 있지 현직 검사가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지만 그래도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있는 봉하마을로 내려가서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는데, 그 때문인지 그는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정권 집권 시기 요직에서 배제됐다. 서울중앙지검이나 법무부처럼, 검사들이 선호하는 곳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승승장구했다. 출범 직후 조남관 검사는 1급에 해당하는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개혁을 주도했다. 국정원 감찰실장은 국정원의 내부 조직 감찰과 직원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정원 ‘빅5’ 요직 가운데 하나다. 그 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역임했고 추미애 장관 시절에는 윤석열 총장 견제를 위한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근무 경험을 높게 사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케이스라는 평이다.
반면 이성윤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등장한 케이스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핵심’으로 분류되지는 못했다. 윤석열, 조남관, 윤대진, 심재철, 이정수 등 주요 수사를 이끌거나 정권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던 검사들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윤 총장과 신현수 수석의 교체 요구에도 자리를 지켜 주목을 받았다. 사진=일요신문DB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여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윤석열 총장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교체 요구에도 자리를 지켜 주목을 받았다.
조남관 차장과 이성윤 지검장 둘 다 커리어 상으로는 검찰총장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최근 기류는 사뭇 다르다. 조남관 차장은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징계 추진’ 때부터 검찰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많다.
조남관 차장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밖에서는 조남관 차장에 대해 ‘친정부 인사’라고 하지만 조 차장은 본인이 그렇게 분류돼 좋은 보직에 임명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있던 것으로 안다.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최근 윤석열 총장의 편에서 중수청을 반대한다거나 법무부와의 갈등에서 검찰 입장에 선 것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검사’로서 판단하고 싶은 조남관 차장검사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이성윤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지시하고, 한동훈 검사장 수사 관련 이동재 채널A 전 기자를 기소하는 등 여권의 입장에 가까운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검찰 내에서는 신임을 잃었다. 벌써부터 검찰 내부에서 “이성윤 지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역대급으로 내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총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검찰총장의 경우 내년 5월 대통령 임기 종료와 함께 사퇴가 불가피해 임기가 1년인,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한 1년’을 선택한다면 이성윤 지검장을, ‘검찰 내부 안정’을 도모한다면 조남관 차장검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일단 박범계 장관은 공석이 된 검찰총장 자리를 최대한 빨리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4월 중순에나 임기 시작이 가능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 총장이 나온다면 두 명이 가장 유력하지만, 그 외 사법연수원 23기 고검장들이나 이미 퇴직한 김오수,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 같은 인물들도 무난해 보인다”면서도 “밖에 한 번 나가면 사건 등을 맡게 되면서 자유롭지 못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스스로 총장이나 장관을 하기 위해 사건을 가려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총장 제의를 받아도 허락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