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일부 경기가 평일 낮에 편성돼 비난을 사고 있다. 우승팀이 결정되는 순간이 평일 낮시간대가 될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 3, 4차전은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 30분으로 잡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KOVO는 프로배구 V리그의 포스트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남자부 일정이 잠정 중단되면서 남자부 포스트시즌은 4월 중 치러진다. 챔피언 결정전이 5차전까지 열린다면 종료 시점은 4월 17일이다.
확진자가 발생했기에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경기 개최 시간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일부 평일 경기가 낮 시간대인 오후 3시 30분에 일정이 잡힌 것. 평일 그 시간에 팬들이 과연 얼마나 V리그를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V리그 축제’가 돼야 할 포스트 시즌이 썰렁해질 수 있다.
이러한 결정에는 중계방송사의 사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4월 3일부터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이 예정돼 있다. V리그 중계를 맡은 SBS스포츠와 KBSN스포츠 채널 모두 KBO리그 중계를 병행한다. 프로야구 중계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V리그 포스트시즌 경기 시간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휴식일인 월요일엔 V리그 경기가 저녁 시간대 예정돼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V리그의 그간의 행보와도 엇갈리는 결정이다. 과거 V리그는 남자부와 여자부 경기를 하루에 치렀다. 한 체육관에서 여자부 경기를 앞서 치르고 남자부 경기를 뒤이어 치렀다. 하지만 여자부 경기가 오후 5시에 열려 팬들의 관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고 V리그는 여자부 흥행을 위해 남녀부 경기를 분리해 치르기로 했다.
분리 운영이 결정된 V리그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여자부 경기를 오후 5시에 열었다. 팬들 사이에서 여자부 경기도 7시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여자부 경기도 독자적으로 7시에 시작됐고 직장, 또는 학교에서 일정을 마치고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게 가능해졌다. 여자부 경기는 유례없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이번 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일정에 대해 “프로 종목에서 평일 낮경기를 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보통 학생대회가 그 시간에 열리는데, 그럼에도 결승전 같은 중요 경기는 팬들을 위해 저녁 시간에 열린다”고 말했겼다. 그러면서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중계를 즐기는 팬들도 많은데 중계방송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안타까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