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의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김종인 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자는 자기 주변 관리를 철저히 잘해야 한다. 공직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남편이나 이런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취득해서 투기 활동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부동산 투기 국회 전수조사 제안’을 환영한다”며 “국민 앞에 당당해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내일부터 당장 여야 국회의원 300명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착수하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배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직원 전수조사, 김태년 대표가 책임지고 추진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태년 직무대행은 이날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한다”며 “공공기관 임직원에서 고위공직자, 국회의원까지 투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우리 사회의 공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태년 직무대행의 이같은 제안은 최근 민주당 소속 양이원영‧김경만 의원 등이 ‘가족 투기 의혹’에 휘말리자 당 차원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이 같은 제안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7 보궐선거 서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못할 건 없지만 민주당의 국회의원 전수 제안은 좀 뜬금없다”며 “부동산 투기는 개발정보를 가진 지방자치단체체장, 지방의원들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들(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면 될 것이지 왜 우리 당을 끌고 들어가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과 LH 중심의 신도시, 택지개발 정책을 전면 재조정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헌승, 곽상도, 권성동, 서범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에서 뜬금없이 여야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제의했는데 저희도 동의한다”면서도 “의도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