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월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 아무개 씨를 3월 10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만 해도 김 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로 알려졌었다. 김 씨가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미라 상태로 발견된 3세 여아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은 2월 중순. 사건은 2월 10일 구미시 사곡동 소재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자아이가 반미라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은 사망한 여아의 외할머니 석 아무개 씨(48)다. 3세 여아의 엄마 김 아무개 씨(22)는 6개월 전에 이사를 갔다. 그렇게 집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방을 빼달라”고 요청해 아래층에 살고 있던 석 씨가 빈집을 찾았다가 반미라 상태의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사체 부검이 이뤄졌지만 부패 정도가 심해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어 ‘사인 미상’으로 분류됐다. 골절 흔적 등 아동 학대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사망 추정 시점은 지난해 8월로 경찰은 집에 홀로 남은 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8월 초 그 집을 떠나 재혼한 남성과 살기 위해 이사했다. 당시 김 씨는 재혼남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얻어 출산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이미 사망한 아이의 사체를 방치한 채 집을 떠난 것인지, 아니면 아이만 홀로 두고 떠나 아이가 죽음에 이른 것이지가 사건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월 12일 살인혐의로 구속된 김 씨를 3월 10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까지가 ‘구미하우스’의 시즌1이다.
#유전자 검사로 시작된 대반전
‘구미하우스’ 시즌2는 경찰의 유전자 검사에서 김 씨가 사망한 아이와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오는 반전으로 시작된다. 친자 관계는 아니지만 DNA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와 주변 인물로 검사를 확대해 결국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 씨가 친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리하면 엄마로 알려진 김 씨는 사망한 아이의 친언니이고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 씨가 친모였다.
경찰은 석 씨와 김 씨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석 씨가 낳은 여아가 김 씨의 딸이 된 것인데 과연 이 사실을 누구누구가 알고 있었느냐가 수사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석 씨와 김 씨 가운데 누구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할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살인혐의가 석 씨와 김 씨 중 한 명에게만 적용될 수도 있고 둘에게 모두 적용될 수도 있다. 석 씨와 김 씨 모녀가 계획적인 범죄를 공모했을 수도 있지만 김 씨는 친동생을 자신의 친딸로 알고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 씨가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씨가 출산하지 않았다면…
석 씨와 김 씨가 이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적인 범죄를 공모한 것이라면, 석 씨는 임신 사실을 숨겨 몰래 출산을 하고 대신 김 씨는 임신과 출산을 한 시늉만 했을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런 시나리오를 제기한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TBS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 인터뷰에서 “김 씨가 친모를 위해 뭔가 연출을 하다가 바로 빠져주고 원래 친모가 양육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만약 아이가 둘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다고 하면 애초에 석 씨가 다 계획했고, 김 씨는 일종의 동조밖에 안 한 게 된다. 그러면 혐의 자체가 완전히 바뀔 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됐지만 김 씨에게 적용된 살인혐의가 석 씨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애초 경찰은 김 씨가 10대 후반 가출해 동거하면서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은 사이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인연을 끊었다는 모녀가 같은 빌라 2, 3층에 살고 있었다는 부분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아무리 교류가 없다고 해도 위아래 층에 사는데 6개월 동안 몰랐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2층, 3층에 있어 오가다 마주칠 수도 있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석 씨가 가족 전부를 속인 거라면…
현재 경찰은 김 씨가 자신의 딸이 실제는 여동생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DNA 검사 결과를 통보해줬지만 김 씨는 사망한 여아가 친딸이 아닌 동생이라는 얘기를 믿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석 씨와 김 씨가 완벽하게 입을 맞춰 거짓말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당시 이들과 같이 살았던 석 씨 남편과 김 씨 전남편까지 속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이들도 알고 있지만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경찰은 김 씨가 임신과 출산을 한 시늉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 씨가 2018년 1월 딸을 출산한 병원 기록과 담당 의사를 확인했다. 또한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따라서 김 씨가 당시 출산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결국 비슷한 시점에 아이를 출산한 석 씨가 김 씨 모르게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얘기가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내용으로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다. 그렇지만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며 어느 정도 김 씨가 자신의 아이와 얼굴이 익은 상황에서 어떻게 석 씨가 김 씨 몰래 아이를 바꿔치기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출생신고 역시 김 씨가 낳은 아이만 돼 있고 석 씨가 낳은 아이는 안돼 있었다. 그렇지만 출생신고가 안된 석 씨 아이는 김 씨 부부가 출생신고 한 이름으로 불리며 그들 딸로 자랐고, 실제 출생신고가 된 김 씨 아이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석 씨를 체포해 미성년자 약취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3월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가는 길에 기자들을 만난 석 씨는 “나는 아이를 낳은 적 없다. 딸의 아이가 맞다”며 관련 혐의는 물론이고 출산 사실까지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내용은 석 씨가 몰래 아이를 바꿔치기했으며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김 씨가 아동방임 및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혐의가 달라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김 씨가 아닌 석 씨에게 살인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남아 있는 것.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이 몰래 낳은 딸을 아무도 모르게 딸의 아이와 바꿔치기해 딸이 키우도록 만든 석 씨가 아이가 사망하고 6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전혀 모를 만큼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체를 발견해서 최초로 신고한 당사자 역시 석 씨다.
김 씨가 실제로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다면 당시 출산한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된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김 씨가 낳은 아이는 어디에 있나
김 씨가 실제로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다면 당시 김 씨가 출산한 아이가 현재 어디에 있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역시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이의 행방을 두고도 몇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비슷한 시점에 태어난 두 아이 가운데 김 씨가 낳은 아이가 출생 직후 사망하면서 석 씨 아이를 대신 딸로 키운 것일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김 씨가 출산한 아이가 어떤 사정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 씨가 산후조리원에 머문 만큼 출산 직후 사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산후조리원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면 김 씨 전남편 등 가족들이 모를 리 없다. 행여 아이가 사라진 것이라면 가족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그런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부분은 석 씨가 자신의 아이와 김 씨 아이를 바꿔치기한 뒤 김 씨 아이를 제3의 장소로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김 씨 아이가 지금 다른 곳에서 잘 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경찰은 사라진 아이 한 명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석 씨가 범행 사실을 털어놓기 전에는 사라진 아이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친부가 석 씨와 공모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친부를 찾는 과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석 씨의 내연남이 친부일 가능성을 두고 유전자 검사를 벌였지만 결과는 친부가 아닌 것으로 나왔다. 경찰은 석 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도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그도 친부가 아니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