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17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재선임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개정 상법의 첫 사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일요신문DB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ISS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 따르면 ISS는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법제처 처장, 이상 삼성전자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에 대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주주들에게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이들 사외이사 3명은 2018년 3월 정기주총에서 선임돼 오는 22일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개정 상법에 따라 김선욱 사외이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은 별도로 상정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최소 1명의 감사위원을 다른 사외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발행 주식수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 이전에는 사외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한 만큼 별다른 변수가 없었지만,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토록 하는 데다 3%룰까지 적용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1%인 삼성전자의 경우 3%룰을 적용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지분율은 12%로 줄어든다. ISS의 권고로 다른 기관투자자 및 해외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사외이사 선임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앞서 전국경제인엽합회은 “3%룰에 감사위원 분리 선출까지 도입될 경우 외국계 기관투자자 연합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시총 30위 기업 중 23개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진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상법 개정안을 반대한 바 있다.
ISS는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반대하며 “해당 사외이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기간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제외한 김남기 부회장 등 사내이사 재선임, 특별배당금 승인 등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