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무원이 매입한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토지 모습.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세워져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비닐하우스 세우고 나무 심고 폐가전 모으기
가장 흔한 방식은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묘목을 심고 폐가전을 수집하는 등의 방식이다. LH 직원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광명·시흥 지구의 일부 농지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높은 토지보상금을 노린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한다.
우선 사업구역 내에 농사 목적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는 추가 토지 보상 대상이 되는데 수년 동안 버섯 등 특화작물을 재배 및 판매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영업손실 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광명·시흥 지구에는 특화 작물 재배를 위한 검은 천막 지붕의 비닐하우스가 많다. 여기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보상을 극대화하는 편법도 자주 활용된다.
물론 실제 농사가 아닌 보상이 목적인 터라 관리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영농계획서까지 냈지만 도시에서 LH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들이 실제로 농사를 지으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연히 적발된 사례도 많다. 2015년에는 개발 예정지역에서 고가의 산양삼을 기르고 있었다고 신고해 상당한 영농보상금을 받은 일당이 값싼 묘삼(1년생 새싹 인삼)을 심어 놓고 허위 신고를 했었다는 게 적발됐었다.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해당 토지에는 관리가 필요 없는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다소 복잡하지만 축산 보상도 있다. 축산 보상은 휴업손실액, 시설이전비, 가축운반비 등을 영업손실 보상금으로 지급하는데 휴업손실액까지 받으려면 닭 200마리, 토끼·오리 150마리, 양·돼지·염소 20마리, 소 5마리, 사슴 15마리, 꿀벌 20군 등의 기준 마리수를 채워야 한다. 이런 까닭에 보상을 앞두고 급격히 가축 개체수를 늘리는 사례도 있다.
또한 농지에 폐가전이 버려진 곳도 많은데 토지 보상 과정에서 폐자원 재활용 사업장으로 인정받으면 꽤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화작물 재배 및 판매 사실이 증명되면 영업손실 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폐자원 재활용 사업장으로 꾸미고 사업자 등록증까지 갖추면 추가적인 영업손실 보상비도 받을 수 있다.
#아무 나무나 심으면 안된다
나무를 심어도 아무 나무나 심으면 안 된다. 유실수보다는 조경수가 좋고, 희귀수종을 심으면 보상이 극대화된다. 최근 적발된 한 LH 직원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구매한 시흥의 땅에 190cm 높이의 용버들 나무를 심었다. 그것도 평당 25그루 정도를 빼곡하게 심었다.
LH 직원인 터라 희귀 수종은 가격 책정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보상가가 높다는 점을 알고 용버들 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 용버들 나무는 쉽게 자라는 속성수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보상 과정에서 나무가 클수록 보상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단 시일 내에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가 보상에 더 용이하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어린 묘목들이 빼곡이 심어져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LH 직원들이 가장 많이 심은 나무는 편백나무로 알려졌는데 구입 단가는 1000원 이하지만 나중에 보상비는 5만~6만 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편백나무가 조경수 가운데 보상단가가 높은 나무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사실 보상액만 놓고 보면 사과나 배 등 유실수가 더 높다. 영농보상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경수에 비해 유실수는 관리가 까다롭다. 아무리 나무를 많이 심어도 죽은 나무는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관리가 쉬운 조경수를 심는 게 더 일반적이다. LH 직원들은 보상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경수 가운데서도 가장 보상액이 높은 편백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나무를 심지 못하는 토지에 나무를 심기도 한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광명·시흥 지구에선 나무가 심어져 있는 땅을 파보니 콘크리트 바닥이 나온 경우도 있다.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흙을 붓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편법으로 보상을 더 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 조성 지역에 유독 많은 조립식 건물
소위 ‘벌집’이라 불리는 투기 목적의 임시 주택도 토지 성형수술에 자주 쓰인다.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은 이전비 등으로 보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오송 제3산업단지 예정지에도 묘목이 심어진 토지가 많은데 인근 주민들은 오송3산단 조성 소문이 돌면서 급격히 여기저기에 묘목이 심어졌다고 한다. 벌집도 종종 눈에 띈다.
벌집은 오송 제3산업단지 예정지 인근인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지에서 더 쉽게 목격된다. 충북도의회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한 2020년 6월부터 벌집이 난립하기 시작해 현재는 50여 채나 된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