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다큐온
한우보다 비싼 농작물이 있다. 1kg에 20만원을 호가하는 고추냉이 근경을 시설재배로 키우는데 성공한 도시 청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택배도 음식배달도 되지 않는 평창의 산골짜기에서 집을 짓고 동거동락하는 세 남자가 있다. 서울이 고향인 세 남자들을 오지마을로 모이게 한 것은 바로 고추냉이. 여러 사업을 넘나들다 마지막으로 농업에서 희망을 찾아보고자 했다는 차대로 씨(43)는 3년 전 귀농을 단행하고 친구 김현구 씨(43)를 꼬드겨 고추냉이 근경 재배를 시작했다.
우리가 회에 곁들여 먹는 흔히 생와사비라 불리는 음식은 고추냉이의 뿌리줄기 부분 즉 근경을 갈아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고추냉이 근경 재배는 사실 한국에서 쉽지가 않다. 그동안 많은 농민들이 도전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특용작물. 바로 그 점이 차대로 씨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서울의 가정집 안에서 3년간 실험 재배하며 12만 주의 고추냉이를 눈물로 보낸 끝에 노하우를 터득했고 평창에 터를 잡아 본격 재배에 들어갔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외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배 장재영 씨(33)를 6개월 전 영입하고 농업법인 ‘흥’도 만들었다.
저온 작물인 고추냉이 재배를 위해 평창에서도 산골짜기 외진 곳에 터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사는 곳엔 택배도 안 되고 도시 남자들의 최애 간식인 치킨 배달 조차 안 된다. 그것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겨울의 혹독한 추위다.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평창의 강추위는 차 배터리를 꽁꽁 얼려버려 이들의 발을 묶어버리기가 예사고 수도 관로가 얼어 물 없이 지내야 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하루하루 사건 사고의 연속이지만 고추냉이 근경 재배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이들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고추냉이의 재배 공간을 늘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추냉이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들로 차대로 씨의 고민은 귀농 초창기보다 더 깊어졌다.
산골짜기 외딴 집에서 삼시세끼를 스스로 해결해가며 특별한 농사일기를 써나가고 있는 세 남자들의 이야기가 눈에 파묻힌 평창의 겨울 풍경과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